본사 위치 '강남'인 곳 대상, SH공사·인재개발원 물망

19일 발표 '강남북균형발전안'에 담길 듯 … 반발도 예상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강북 이전이 추진된다. 또 서울시 산하기관 중 강남에 위치한 일부 기관도 SH공사와 함께 이전이 추진된다.

19일 옥탑방 한달살이를 마친 뒤 박원순 시장이 발표할 강남북 격차 해소 방안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시장이 그리는 강북 구상 전체 그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삼양로의 한 주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뜨는집' 집수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집수리 가구의 살림을 외부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복수의 강북 주민에 따르면 박 시장은 12일 저녁 열린 민주당 강북갑지역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강남북 균형발전 차원에서) 서울시 산하 기관 중 강남에 있는 것을 강북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개포동에 있는 SH공사나 서초동에 있는 인재개발원 등이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옥탑방살이를 종료하는 오는 19일 그간 구상을 정리해 주민 보고회 형식의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당초 구체적인 강남북 격차해소 구상은 이날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행사에서 일부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SH공사는 시 산하기관(공사)이며 인재개발원은 시 직속기관으로 분류된다. 서울시가 강남북 격차 해소를 위한 조치로 산하기관의 강북 이전을 추진한다면 이들에 소속된 기관이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서울시 산하 공사 및 출연기관은 23곳이며 직속기관은 서울시립대학교, 인재개발원 등 5곳(소방 관련 제외)이다.

인재개발원을 제외하면 서울시 산하 공사 및 출연기관 중 주소지가 강남인 곳은 SH공사를 포함해 모두 4곳이다. SH공사(강남구 개포동), 서울연구원(서초구 개포동), 서울디지털재단(강남구 개포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송파구 가락동) 등이다. 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동 농수산시장과 연계된 특수성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3곳 정도가 이전 검토 대상 기관으로 분류될 수 있다.

SH 등 시 산하기관 이전은 박 시장이 내놓을 '강북 발전 구상' 중 실효성과 주민 체감도가 큰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또 국회나 정부와 상의없이 서울시장 결단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라 실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물론 산하기관 이전이 쉽지만은 않다. 노조의 반발 등이 예상보다 거셀 수 있다. 대상 기관이 떠나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저항도 예상된다.

하지만 박 시장은 강남북 격차 해소 의지를 어느때보다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옥탑방이 있는 삼양동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옥탑방 구상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서울시의 운명과 시정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99대 1로 양극화된 대한민국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라며 "강남북으로 쪼개진 서울을 뒤바꾸는 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옥탑방살이 후 여러 자리에서 비강남권 발전이 민선 7기 서울시정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자리에서 시 산하기관 이전과 함께 추가 대책 몇 개를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주거문제 해결도 그 중 하나다. 늘어나는 빈 집을 매입해 청년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이다. 2015년 서울시가 시작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으며 해당 자치구들에 공실 조사 요청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주민과 만남에서 거론한 학군 발전 문제도 추진될 예정이다. 강북에 있는 대학들을 시가 지원하고 이들 대학은 지역의 초중고와 연계, 이들 학교 발전에 도움을 주면서 명문 학교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시는 현재까지 19일 발표할 옥탑방 구상에 대해 일체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산하기관 이전을 검토한다는 소문은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 "19일 발표회에서 다양한 강남북 격차해소 대책이 발표될 것이고 만약 나온다면 그때 함께 공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