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나누고 4개 항의 공동합의문을 내놓은지 두 달이 지났다. 정상회담 후 두 달 동안 북한이 10개월째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고 미국의 무력시위도 없어져 전운은 사라지고 대화국면으로 완전 전환됐다.

다만 비핵화와 관계개선, 평화체제 구축 면에서는 아직 구체적 합의와 이행에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어 양측이 모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북한 핵탄두와 핵물질, 핵시설을 공개하는 핵목록과 미국의 종전선언, 평화협정 협상 착수에 대한 상반된 우선순위를 조율하거나 동시 맞교환하는 문제에 걸려 있다.

북미 양측 특성상 결국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나 그랜드바겐을 타결해야 핵목록과 종전선언과 같은 우선과제를 해결하고 돌파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의 역사적인 무대는 9월 하순 뉴욕 유엔총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북미정상회담 후 두 달, 무슨 일 있었나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당일에 상징적인 선의의 조치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이 사용해온 용어를 인용해 엄청난 돈이 드는 전쟁연습(War Game)이기 때문에 중단한다고 공언했다. 올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은 중단됐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된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취한 선의의 조치들은 비핵화와 관련된 선행조치들로 풍계리 핵시험장을 갱도폭파로 폐기했고 정상회담에서 구두 약속했던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미사일 엔진 시험장) 해체작업에 착수 했다. 정상들의 공동합의문에 4번째 합의사항에 따라 미군유해 55구를 송환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에서 모두 정상합의 이행에 큰 진전을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양측이 취한 선의의 조치들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재건하거나 다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고 북한의 핵시험장과 위성발사장은 용도폐기된 것을 없앤 것이고 쉽게 새로 만들 수 있다.

◆북미 양측이 모두 불만인 이유 = 북한과 미국은 모두 정상회담 후 두 달동안의 전개에 공개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선의의 조치들을 잇따라 취하고 있으나 미국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재완화나 종전선언을 요구했는데 미국은 수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제재조치의 철저 한 이행을 더 압박하고 나섰다. 북한은 특히 3차 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라고 맹비난해 "진전이 있었다"고 공언한 미국 측을 당황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은 1~2차 때와는 달리 3차 때에는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지 않고 감자농장 시찰을 떠났다. 최근 보도된 내용이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6~8개월 안에 핵탄두의 60~70%를 미국 또는 제3국으로 반출해야 한다"는 비핵화시간표를 제안한 반면 종전선언 요구는 거부했기 때문에 북측이 화가 났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의 공개 평가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합의 이행에 계속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등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며 신뢰를 표시하고 있다. 협상주역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으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은 지난 두 달 동안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미국 측 불만은 비핵화 합의 이행의 첫조치로 꼽고 있는 핵재고, 핵시설 목록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고 있으나 북한이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정상간 합의 사항도 아니고 협상국면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북한이 핵물질과 ICBM의 생산을 지속 하고 있는 것으로 포착돼 미국 내에서 북한에 속고 있다는 논란에 부채질하고 있다.

다만 북미 양측은 정상들에 대한 비판은 철저히 삼가하고 있어 유리한 협상을 위한 기싸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서로 친서를 교환하며 합의이행 의지를 확인하고 신뢰를 표시하고 있다.

◆핵심 과제는 핵목록과 종전선언 우선순위 = 북한과 미국이 현재 최우선 풀어야 할 핵심과제는 북한 핵목록과 미국의 종전선언을 놓고 우선순위를 고집하고 있어 순서를 조율하거나 동시 맞교환하는 문제이다.

비핵화 협상을 진전 시키려면 첫 단계로 북한이 그동안 생산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핵 물질의 구체적인 숫자와 핵시설 등을 목록으로 공개해야 하는 일이라고 미국은 강조하고 있다.

미국 CIA(중앙정보국)는 북한이 보유 하고 있는 핵탄두가 트럼프 취임 당시에는 20개 이었다가 지금은 2배인 4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DIA(미국방정보국)는 그보다 많은 60개는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 하고 있으나 전문가들 다수는 CIA쪽 추산을 더 믿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목록을 공개하면 자신들이 파악해온 숫자와 핵시설이 비슷한지 등을 대조하게 된다. 미국은 북한이 핵목록을 공개해야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밝혔다.

이에 비해 북한 측은 최근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밝혔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종전선언에 응하고 평화협정 체결 협상도 착수해야 핵탄두와 핵물질 재고, 이를 제조생산하고 있는 핵시설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미국의 협상에서 항상 발목을 잡아온 우선순위 싸움이 재현되고 있어 조기에 돌파구를 찾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북한이 핵목록 공개를 꺼리는 이유 = 북한이 핵프로그램 전모를 공개하는데 꺼리고 있는 이유는 갖가지 공포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북한은 첫째 핵탄두와 핵물질,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생산시설 등을 전부 공개한다면 핵무기 전부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그 순간부터 생존협상에서 지렛대를 완전 상실하게 될 것으로 우려 하고 있다.

둘째 전부를 공개하면 협상실패시 당연히 미국 선제폭격에 표적을 미리 내주는 꼴이 될 것 이라는 공포를 갖고 있다. 셋째 일부라도 빼먹거나 미국 측이 파악한 것과 차이가 날 경우 거짓말, 속임수를 쓰려 했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키며 신뢰가 깨지고 협상이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은 왜 종전선언에 미적거리나 = 트럼프 대통령은 초반에는 남북 간 종전선언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전폭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해 종전선언을 금방이라도 할 것처럼 시사했다. 그러나 지금은 종전선언을 여러 가지 이유로 미적 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초반에는 북미, 남북 정상회담에 중국을 배제하다가 최대한 늦게 참여시키려고 종전선언도 늦추려는 것으로 분석됐으나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가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이 비핵화 진전 없이 종전선언을 서둘러 해주면 상당히 불리한 협상을 벌이게 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하면 비핵화 협상이 깨져도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서기 상당히 어려워진다.

미 관리들은 한국이 연내 종전선언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종전선언을 하면 협상에 문제가 생겨도 미국의 군사공격과 전쟁을 최대한 억지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피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핵화의 구체적인 진전 없이 종전선언부터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뉴욕 타임스는 밝혔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것만으로도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김정은에 속고 있다"는 혹평을 듣고 있는데 핵목록표를 받지 못한 채 종전선언을 하는 양보를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뉴욕 타임스는 밝혔다. 셋째 미국은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체결 협상에 돌입하면 북한이나 중국이 주한미군철수 문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김정은 9월 유엔총회 빅딜 가능성 = 답보상태에 빠진 후속 협상에 다시 물꼬를 트고 비핵화와 관계개선, 평화체제를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으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나 빅딜을 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하는 아시아 문제 전문가 도널드 컥 특파원과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부차관보 등 미국 전문가들은 9월 유엔총회 무대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두정상간 그랜드바겐으로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려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첫 번째 역사 무대와 같이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8월말이나 9월초에 먼저 열린 다음 9월 하순 뉴욕 유엔총회에 모두 참석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도널드 컥 기자와 에반스 리비어 전 부차관보 등은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년 전인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로켓맨이 자살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북한의 완전한 파괴까지 위협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180도 바뀐 모습으로 재회의 악수와 돈독한 신뢰를 과시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으로 이들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고위 핵심참모들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빅딜로 타결시켜 또 다른 역사쓰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다음 단계로 나가는데 우선 반드시 넘어야 하는 북한의 핵재고와 핵시설 공개와 비핵화 시간표, 미국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 협상 착수, 제재완화를 거의 동시에 맞교환하는 역사적인 무대가 9월 유엔총회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