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국가주의' 비판하더니
"지지율 정체, 또 집토끼전략"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복 73주년을 앞두고 역사논쟁에 연거푸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14일 CPBC라디오에 출연, 건국절 논란에 대해 "입장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1948년 건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토론의 가치가 굉장히 있다"며 "기본적으로 전체 다수의 의견은 (건국이) 1948년이라고 보고 있다"고 못박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당 소속 의원들이 여는 행사에서 건국절과 이승만 전 대통령 띄우기에 앞장섰다.
9일에는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의 재조명' 강연에 축사를 보내며 "과는 키워지고 공은 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 이름도 생소한 자유민주주의를 대한민국 땅에 뿌리내리게 한 분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라며 "이 전 대통령께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정착시키는 것이 근대적인 국가를 이룩하기 위한 첫 단추임을 꿰뚫고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13일에는 심재철 의원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건국절 논란과 관련 "어떻게 보면 너무나 명백한 이야기가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겠다"며 "김대중 정부 때나 노무현 정부 때나 다 그렇게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건국절·이승만 띄우기는 취임 후에도 당 지지율이 정체되며 비대위 체제의 탄력이 떨어질 우려가 커지자 전통 보수지지층을 다독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만 해도 박정희정권 시절을 '국가주의'라고 비판하며 새로운 성장담론을 주장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해 눈길을 끌었다. 남북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정부가 잘한 일로 꼽으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을 현재 지탱하고 있는 전통적 지지층의 불편한 기류만 키우고 국민들의 관심은 돌아오지 않자 다시 '집토끼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 대표는 "김 위원장은 지금의 한국당을 유지하면서 점진적 변화를 꾀하면서 현 정부와 차별화까지 노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박정희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집토끼전략의 일환으로 이승만을 대체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편 올해 3월 3~5일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1018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2%가 대한민국의 건국연도를 1919년 임시정부 수립부터, 27.2%가 1948년 이승만정부 수립부터로 본다고 답한 바 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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