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공업용수 부족

"2020년까지 버텨야"

상습 가뭄지역인 충남 서부권이 계속되는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역상수도 공사 등이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가뭄사태를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13일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양 지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폭염과 함께 7월 이후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이 말라 죽는 등 가뭄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당초 계획했던 16∼21일 휴가를 취소하고 위기극복 후 일정을 다시 정하겠다"고 밝혔다.

폭염과 가뭄, 뭍에 드러난 낚시 좌대 | 저수지 주변 낚시용 좌대는 물이 메말라 휴업중이다. 충남 예산·당진 곡창지대 용수원인 예당저수지의 저수율은 지난 9일 기준 29.3%까지 떨어졌다. 연합뉴스


양 지사가 여름휴가를 취소한 배경에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물 사정이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7월 9일까지 올해 보령댐 유역에 내린 강우량은 916㎜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3㎜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충남도의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올해 가뭄은 물론 광역상수도 공사 등이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 물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수년간 가뭄사태를 빚었던 충남 서부권은 만성적인 물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담수화 시설, 광역상수도 공사 등 수원 다변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하지만 7월 이후 계속된 폭염과 가뭄으로 이 같은 낙관론은 힘을 잃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7월 9일부터 8월 3일까지 금강수계 지역에 내린 강우량은 29.8㎜다. 평년의 11% 수준이다. 3일 이후 14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비 소식은 없다.

1차 피해는 농업용수에 집중되고 있다. 충남 서부권 대표적인 농업용수 공급처인 예당저수지 저수율은 9일 기준 29.3%까지 내려앉았다. 예당저수지는 지난 7월 1일 저수율이 73.9%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인근 홍성군 등의 논이 갈라지는 등 본격적인 가뭄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충남도 등은 이에 따라 지난 9일 금강 공주보 하류∼예당저수지의 도수로를 가동했다. 하루 최대 12만9000톤 규모다.

농업용수에 1차 피해가 집중된 이유는 물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특성 때문이다. 관로에 저장돼 있는 생활용수 등과는 저장 방식 등이 다르다. 폭염으로 논에 있는 물이 급속히 증발하면서 평소 2일에 한번 용수를 공급하던 기간이 1일로 줄어들었다. 당연히 저수지 저수율이 급속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업용수도 부족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서산시 대산단지에 물을 공급하는 당진시 대호호의 저수율이 26.2%까지 내려앉았다. 당장 인근 아산호에서 하루 2만5000톤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은 생활용수를 담당하고 있는 보령댐의 저수율이 아직은 안전단계라는 점이다. 보령댐은 14일 오전 저수율이 57.7%다. 1년 전 21.6%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 올해 상반기 높았던 강우량 덕이다. 하지만 지난 7월 11일 64.8%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농업용수가 현재 폭염과 가뭄의 직격탄을 맞았고 공업용수도 본격적으로 문제가 시작됐지만 생활용수는 안전한 상황"이라며 "대비책을 철저하게 세우겠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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