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수보회의서 지시

관계부처 도입절차 착수

면세·항공 업계는 '반대'

입국장 면세점이 조만간 설치될 전망이다. 이것으로 10여년간 벌여온 논란은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외여행 국민들이 입국장 면세점이 없기 때문에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여행기간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면서 해외 소비의 일부를 국내로 전환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관계부처가 부작용의 보완 방안까지 포함해 도입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지시한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면세점은 출국 때만 이용할 수 있다. 입국 때는 해외 공항 면세점이나 기내 면세점을 이용해야 한다. 입국장 면세점을 두고 관계부처가 2003년부터 6차례나 논의를 진행했지만 번번이 반대 논리가 강해 무산됐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9월 나리타공항에 입국장면세점을 설치했다. 중국도 2년 전 입국장면세점을 19곳이나 설치했다. 전 세계 71개국 135개 공항이 입국장면세점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 발언을 지시로 받아들인 관계부처는 관세법 등 관련 법령 개정에 착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입국장면세점 설치를 위한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우리는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로 인해 증가하는 수익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면세점 업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이들은 입국장면세점이 면세점의 기본 취지를 훼손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 소비가 주 목적으로 변질해 간다는 지적이다. 조세형평성도 문제 삼는다. 해외여행 빈도가 높을수록 혜택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입국장 혼잡, 밀입국·밀수 단속 구성 등의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 면허권자인 관세청은 줄곧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관세청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각계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한 문제여서 명확하게 밝힐 입장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입국장 면세점 반대 이유가 사라지거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도 기내면세점 매출이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내면세점에서 대한항공은 1900억원, 아시아나는 9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타 항공사 매출까지 포함하면 336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매출은 입국장면세점이 들어서면 급감하게 된다. 입국장면세점의 판매 품목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품목이 겹친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입국장면세점 설치 자체에 이견을 제시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판매 품목을 정할 때는 다른 면세점 업계의 의견도 충분히 듣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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