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증시 일제히 급락

원달러 환율 연고점 육박

터키발 금융 불안은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터키 당국이 은행 유동성 공급 확대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우려는 지속하는 모습이다. 터키 리라화 급락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연고점에 육박하며 원화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기조에 불안하던 신흥국 금융시장에 터키 악재가 연쇄 충격을 가한 모양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6분 현재 달러당 1135.9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종가보다 2.0원 오른 금액이다. 환율은 2.1원 상승한 1136.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환율은 상승세로 출발하면서 지난달 20일 세운 장중 연고점인 1138.9원에 근접하고 있다.

밤사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멕시코 페소, 아르헨티나 페소 등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특히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5%p 전격 인상했다.

신흥국 중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으로 꼽히던 인도 루피 역시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15% 떨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가 12%, 중국 위안화 가치는 5%가량 하락했다. 아이쉐어 MSCI 이머징마켓 상장지수펀드(ETF)는 1.6% 떨어졌다. 이는 52주 최고치에 비해 18.4%나 하락한 수치다.

한편 터키발 악재는 신흥국 뿐만 아니라 터키 국채를 다량 보유한 유럽 금융회사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터키가 모라토리엄(지급유예)를 선언할 땐 EU 회원국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먼저 터키 국채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금융기관에서 터키 채권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터키 금융위기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터키 국채 투자 손실에 따라 '터키 은행권→ 유럽 은행권 → 글로벌 은행권'의 전염 효과가 일어나면서 국내 금융기관으로 그 충격이 이어질 가능성 △신흥국 투자심리 약화로 달러 강세 심화 및 신흥국 자금 유출 가능성 등 두 가지 경로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대외교역 부문 보다는 현지 공장 리스크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한국 수출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1.1%, 수입은 0.2%로 크지 않지만 터키에 자동차 등 현지 공장이 있음은 점검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외교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터키 금융불안이 단기간에 진정되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터키 위기상황은 대내외 취약성이 누적된 가운데 미국과의 정치적 갈등이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터키 금융시장 패닉 상황은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이번 중앙은행 조치 만으로 리라화 절하를 막기엔 역부족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금센터는 또 터키가 외화부채가 많고 유동성이 부족해 기업 디폴트와 은행 위기 우려가 증폭되고 있으며, 남아공과 러시아 등 다른 신흥국으로 전염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금융권은 터키 익스포저가 3월 말 기준 12억2000만달러(국내 금융권 자산의 0.5%)로,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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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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