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고용보험 의무가입, 실업급여 받는다 … 노동일수 관련 특수성 인정

지난 7일 고용노동부는 예술인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시나리오작가 최고은씨의 사망으로 예술인의 열악한 창작환경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햇수로 8년째, 예술인은 당연가입(의무가입) 방식으로 고용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새 제도는 예술인과 사업주가 원칙적으로 50%씩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했으며 표준계약 등 근로계약에 준하는 계약을 맺는 예술인들은 물론, 용역 계약 체결 예술인(프리랜서)까지 대상으로 확정했다. 이는 고용노동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심의, 의결됐으며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2019년 시범사업을 거쳐 확대된다.

내일신문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새 예술정책 수립 TF 예술인복지분과(TF)에서 활동했던 김상철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을 지난 10일 만나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가입 적용의 의미와 남은 과제들에 대해 들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예술인이 고용보험에 의무가입할 수 있게 됐다.

새로 도입된 예술인 고용보험은 어떤 측면에서는 예술인 고용보험의 모범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앵떼르미땅보다 혁신적인 안으로 ‘한국형 예술인 고용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앵떼르미땅은 지금까지 우리의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논의에 기준처럼 등장해 왔지만 막상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상 범위가 넓지 않고 예술인의 자기 부담을 전제로 하는 등 한국 현실에 맞지 않았다.

한국과 프랑스의 예술환경은 정말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술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예술인들에게 공공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앵떼르미땅과 이번에 도입된 예술인 고용보험은 그 의미에 차이가 있다. 앵떼르미땅이 기존 사회보장 체계 안에서 예술인을 위한 특수한 사회보장 체계를 만들었다면 우리나라의 예술인 고용보험은 예술인들을 기본의 보편화된 사회보장 체계에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방향은 상당히 혁신적이다.

■어떻게 의무가입이 가능했나.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도입을 밝혔다. 그러나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의무가입 방식으로 추진하는 안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은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새 정부 예술정책 연속토론회’에서 문체부는 임의가입 방식의 예술인 고용보험안을 발표했었다.

의무가입 방식을 도출하기 위해 TF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합류해 고용보험 일반원칙을 바탕으로 틀을 잡았고 문화예술노동연대 등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냈다. 다행히 문재인정부가 큰 틀에서 고용보험을 강화하고자 했고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문체부가 문화예술계 의견을 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된 것이 도움이 됐다.

■의무가입이 왜 중요한가.

예술인들을 위한 고용보험 지원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술인들의 자기분담금 50%를 정부가 지원하고 사업자 부담분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임의가입 방식의 지원 정책이 있었다. 그런데 임의가입이다 보니 가입하는 예술인들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면 의무가입을 원칙으로 유예가 필요한 부분은 부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의견이었다.

■세부적으로 쟁점이 됐던 안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이상 일을 하고 고용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때, 예술인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고용보험을 납부해야 실업급여를 줄 것인가, 즉 노동일수와 관련해 논란이 됐다. 예술인들은 일을 하는 기간뿐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도 있지만 이는 계약상으로는 일을 하는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예술인들은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기 때문에 노동일수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최종적으로 예술인들의 경우 이직 전 24개월 동안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한 비자발적 이직자 및 일정 수준이상의 소득감소로 이직한 사람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기로 결정됐다. 어느 정도 예술인들의 특수성이 반영됐다고 본다.

■프리랜서들에게도 제도가 적용된다.

연출, 기획, 촬영 등 상당 직종에서 프리랜서들이 용역 계약 형태로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근무를 하는데 노동일수로 인정받지 못하면 예술인들은 9개월의 노동일수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또 정부 지원 공모사업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기간도 노동일수에 포함시켰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술 시장이 좁기 때문에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정부 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활동한다.

■남은 과제는.

2019년에 시범사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현황조사나 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최근 문체부가 ‘예술계 용역계약 유형 정책 연구’ 용역을 공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근로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예술인 외 예술인들의 범위,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계약 형식이나 내용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소득조사도 체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마침 문체부가 3년마다 시행하는 예술인 실태조사가 올해 시행되는데 이 조사에서 예술인들의 개별 소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기본 현황을 확보하고 각 고용형태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고용보험을 적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논의를 진행했던 고용보험제도 개선 TF에는 예술계 당사자 대표가 들어가지 못했다. 노동계 대표 몫인 민주노총 추천 위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문화예술계의 입장을 전달해야 했다.

구체적 제도 설계나 제도 운영에는 현장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체부가 보다 개방적으로 제도 운영과 관련된 공론의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예컨대, 노동조합에 준하는 예술인 당사자 단체들이 대상자 발굴상담 사업을 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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