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대 관심은 사업 언제 접을까" … 유력 완성차업체 최근 '하드 CR' 단행

"발주처 계약 조건에 '연 3%씩 4년간 납품단가 인하' 내용이 있다. 분통이 터지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조건을 인정하며 계약해야 한다."

13일 국내 완성차 3차 협력사 대표 A씨의 화난 목소리가 전화기에 흘러넘쳤다. 30년 가까이 모터나 제어기 등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온 그는 "매년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구조에서는 3차 이하 협력사들이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완성차업체들이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협력사를 쥐어짜고 있다. 국내 유력 완성차업체는 최근 '하드 CR'(Cost Reduction·강제로 진행하는 남품단가 인하)을 단행했다. 납품단가 인하 규모도 제품가의 5%였다. 연 4%에 이어 추가로 5% 납품단가를 인하한 것이다.

A씨는 "이익이 없는 납품구조가 중소기업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협력사 대표들 사이에서는 '회사를 언제 접을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라고 전했다. 그도 국내 신공장 설립을 포기하고 인도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저마진 구조의 국내 자동차부품 가치사슬(벨류체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3차협력사는 이 생태계의 밑바닥 기반이다. 완성차업체 갑질이 지속돼 이들의 사업포기가 현실화되면 1차, 2차 협력업체로 위기가 전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창원 소재 3차 협력사 대표 B씨도 "완성차업체는 개발에 필요한 설비투자를 전제로 협력사에 계약을 준다"며 "수억원의 투자비를 협력사에게 떠안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완성차업체들이 사업부진에 따른 손실을 3차 협력사에 전가하면서 재무구조가 열악한 3차 협력사부터 문을 닫게 될 상황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신용위험 평가결과 구조조정대상(C~D등급)에 오른 자동차부품사는 2015년 5개에서 2016년 16개로 증가했다. 이중 81%인 13개는 법정관리·청산 등 퇴출이 임박한 D등급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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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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