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도시공사 원가공개 추진

건설업계 '영입비밀'이라며 반발

시민단체 "중앙정부·국회도 동참"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공건설 분야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발주하는 10억원 이상 건설공사의 원가를 공개하고 100억원 미만 공사에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두 공사비 부풀리기 등 잘못된 관행을 막아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건설업계는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오히려 중앙정부와 타 지자체들도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다음달부터 경기도 홈페이지를 통해 2015년 1월 이후 계약한 1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의 원가를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다산신도시 조성 등을 시행한 경기도시공사도 최근 3년치 건설공사의 원가공개에 나서기로 했다. 당연히 공공아파트도 원가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도시공사는 10억원 이상 건설공사의 설계내역서와 계약(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 등을 공개할 방침이다. 도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현재까지 체결된 1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는 모두 133건(3253억원)에 달한다. 경기도시공사는 규모가 더 크다. 2017년 기준 도시공사 발주금액은 4921억원으로 2542억원인 경기도보다 두 배 가량 많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과거 4년간 건설공사의 설계내역서, 계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등이 추가 공개되면 공공건설의 투명성을 높이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7세에 취업한 청년이 수도권에서 내 집 하나 장만하는데 왜 15년에서 25년이나 걸리는지, 그 기간이 점점 늘어가는지 의문"이라며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와 함께 경기도가 발주하는 100억원 미만 건설공사 입찰 예정가 산정 시 표준품셈이 아닌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고 하도급 대금지급 확인 시스템 등의 정책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하고 조례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원가공개에 반대해 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원가를 공개하게 되면 공사비를 낮추기 위한 업체별 관리 및 영업 노하우,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100억원 미만 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중소건설업체들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 취지에 반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원가공개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16일 논평을 내 "공공건설공사의 경우 원청이 발주처와 계약을 맺고 실제 시공은 편법 다단계 하청을 거쳐 영세건설사들이 수행하면서 계약금액을 그대로 공사에 투입하지 않고 비용을 부풀려 막대한 이익을 남기곤 했다"며 "건설적폐 청산을 위한 이 지사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실련도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타 지자체, 국회도 공공공사 투명화와 예산절감을 위해 경기도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며 "경기도는 과거 원가공개를 토대로 경기도형 시장단가를 만들어 중앙정부 표준품셈 부풀림 등을 시민에게 알릴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승섭 경실련 국책사업감사단 부장은 "과거 원가공개 소송 판결에서 법원이 하도급내역서 등을 업무상 비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며 "건설업계가 주장하는 적정공사비 적용을 위해서도 원가공개를 통해 국민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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