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호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과거 미국에서는 기업 기부활동이 주주에게 직접적 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치부되던 시기가 있었다. 1952년 재봉틀 회사인 스미스사가 프린스턴대학에 1,500달러 기부금을 낸 일로 소송이 벌어졌다. 당시 스미스사 주주였던 바로우가 무효 소송을 제기해 시작된 이 사건에서 뉴저지법원은 스미스사 기부행위가 주주 이익과 무관하지만 기업 사회적 책임이라는 범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기업 기부활동은 기업에게 직접적 이익이 있을 때 인정한다는 원칙에서 전체에게 이익이 있을 때 인정한다는 원칙으로 바뀌게 된다.

기업은 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할 책임있어

지금은 기업도 엄연한 사회의 구성원이며, 사회가 기업의 생존 기반임을 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되었다. 기업이 사회와 무관하게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책임을 지면서 함께 해야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업이 책임져야 할 대상에 미래 사회구성원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 일원으로서 기업이 갖는 역할과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영리 추구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윤리, 환경, 사회문제 등 다양한 영역을 통틀어 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 상생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상생(相生), 글자 그대로 함께 하는 삶, 더 나아가 인간다운 삶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기업을 향해 인간다움을 논하느냐고 할지 모르나 기업도 그래야만 할 때가 왔다. 최근 상생을 위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노력들은 환영할 만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기업은 상생의 일환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공헌은 기업의 원래 목표인 이익 추구와 거리가 먼, 주주 의사에 반하는 활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익과 사회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활동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발맞춰 우리 기업들도 사회공헌 활동의 기조를 바꾸고 있다. 단순 기부나 재정지원을 넘어 문제를 극복하고, 해소하며, 문제해결의 기술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점차 사회적, 경제적으로 효용을 증대시키는 기회나 투자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농부가 재배한 농산물을 제값을 주고 사는 거래가 있다. 물론 그것도 훌륭하지만 더 나아가 그 농부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부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문제해결에만 급급할 뿐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기업이 농부와 협력하여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개량해 보급하고, 재배방법을 개선함으로써 농부가 더 큰 수확을 얻게 한다면 소득은 높아질 것이다. 더욱이 협력에 나선 기업이 식품기업이라면 식품에 사용할 원료 품질이 개선되고, 높은 생산량으로 인해 안정적인 가격에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니 기업 입장에서도 일거양득일 것이다.

결국 궁극적인 기업의 사회공헌은 농부의 사례처럼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구체화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공헌이 일방적인 퍼주기식 지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산업생태계 관점에서도 기업이 어느 분야의 희생 위에서 성장하는 모델은 결국 공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대전제 아래 상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농어촌·농어업을 기업 새 사업 분야로 재조명해야 할 필요

무엇보다 산업발전에 가려져 소외되었던 농어촌·농어업을 기업의 새 사업 분야로 재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상생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이 시점이 기업과 농어촌·농어업간 상생협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기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공적 자금과 달리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되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건전한 사회공헌 활동을 권장하고, 농어촌·농어업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 사회통합 단초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업에겐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촉매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김형호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