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석 이화여대 교수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업소득의 가계비 충족 비율은 2003년 평균 43.9%에서 2017년 32.8%로 크게 감소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농업 또한 예외일 수 없기 때문에 농가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주가 60세 이상인 경우에는 2014년 31.7%에서 2017년 34.1%로 증가했다. 60세 미만 경영주가 2014년 37.2%에서 2017년 29.3%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변화하는 농업환경에서 농업소득 이외 수익원을 찾는 것이 고령 영농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농민 국민연금 가입율은 40%대(국민연금 지원받는 농민 기준)에 불과하고 납부하는 보험료 또한 월평균 10만원 미만의 최소한의 보험료만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에 부과되는 제한과 혜택

농지에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소득은 경작을 통한 농업소득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농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하고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되고 귀중한 자원이므로 농지에 관한 권리의 행사에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 등 제한과 의무가 따르기 때문이다.

비록 경작 이외의 농지의 활용에는 제한이 있지만, 농가에는 농가주택은 취득세, 종합세가 면제된다거나 농지매매사업 등을 통해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받는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고령농업인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2011년 출시된 농지연금은 농지에 직접 농사를 짓거나 임대하여 소득을 올리면서 농지자산을 유동화하여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설계되어 농지에 부과되는 제한을 재무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상품이다.

농지연금의 월지급금을 결정하는 계리모형을 들여다보면, 이 상품이 고령농업인에게 상당한 혜택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지연금은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계약 종료 시까지 매월 생활안정자금을 지급받고 종료 시에 농지를 처분하여 상환하는 대출계약과 대출원리금이 농지처분가치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농가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그 차액을 지급하는 보험계약이 결합된 금융상품이다.

먼저 대출계약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적용금리는 그동안의 저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전세계적으로 금리상승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지연금의 재원으로 농지관리기금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유사한 역모기지 상품인 주택연금과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인 보험계약은 수지상등 원칙에 따라 보험회사와 계약자 어느 한쪽이 손해나 이득을 기대할 수 없는 공평한 수준의 보험료를 결정하고 상품운용에 필요한 사업비와 보험회사의 이윤을 더해서 최종적인 보험료가 결정된다. 하지만 농지연금은 이러한 사업비와 이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아 가입자가 공짜로 보장성 보험의 혜택을 누리는 상품이다. 민간보험회사의 사업비와 이윤이 원금의 5~1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적지 않은 혜택이라 볼 수 있다.

농지연금에 반영되는 계리모형상의 혜택

마지막으로 연금상품은 계약자 사망 시까지 지속되는 장기상품으로, 담보자산 가치의 성장률을 적용함에 있어 되도록 낮은 성장률을 가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업진흥지역에 소재한 물건의 경우 감정가를 기준으로 농지은행에서 매입할 수 있도록 농지법에서 규정하는 등 농지가격 안정을 담보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성장률을 적용하여 농지연금 가입자에게 보다 많은 연금액이 지급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급변하는 농업환경 속에서 다양한 소득창출 활동을 꾀하기 어려운 고령농업인에게 경작 또는 임대를 통한 소득을 계속해서 얻으면서 농지를 재무적으로 활용하여 추가적인 노후 생활자금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농지연금은 농촌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금융상품이다.

최형석 이화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