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법률사무소 빛 대표변호사

최전선에서 '정의'를 수호해야 할 사법부가 정의 파괴의 주범이라는 의혹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아직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일 것이다. 다만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조직적인 사법조작의 징후들을 보고 있노라면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정의 실현'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정의 파괴'를 앞장서서 진두지휘 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인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즉, 정의의 여신상은 가린 두눈과 저울을 통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정의의 판단을 내리고, 칼을 휘둘러 정의를 실현하게 됨을 상징한다. 하지만 대법원 청사 중앙홀에 위치한 정의의 여신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청사를 지키고 있다. 두 눈을 부릅뜨고 한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이를 보고 있으면 내 눈을 가리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 눈을 부릅뜨고 내 이익에 쫓아 다른 한 손에 든 법전을 내 입맛대로 해석해 정의의 저울이 아닌 내 이익과 사법부의 이익의 추를 맞춰 판단을 내리는 현사법부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온전히 나만의 착각인 걸까.

개인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 사법부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가 가진 그 힘은 매우 막강하다. 그리고 그 힘을 우리는 최근 몇 년간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한 나라의 정당을 해산시키고,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는 힘. 한 사람의 자유를 평생 박탈할 수 있는 합법적인 힘을 가진 곳. 그곳이 바로 사법부이다. 따라서 이런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사법부에는 그에 합당한 정당성이 부여되어야 하고, 정권 입맛이 아닌 법관의 양심과 정의에 따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독립성, 힘의 잘못된 사용을 막기 위해 적절한 견제가 가해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사법부에 대한 정당성의 부여와 적절한 견제와 균형, 독립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는 결국 법원 조직에 대한 인사의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대법원의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관은 국회와 대법원장, 행정부가 3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 하게 되어 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임명절차를 보면 국회와 법원이 재판관 임명에 대해 적절히 견제할 수 있고, 그 독립성이 유지되며, 국민을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절차를 통해 정당성 역시 간접적으로 사법부에 부여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대법관의 경우 대법원장이 제청하도록 되어 있지만, 대법원장 역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관 제청시 행정부 수반의 눈치를 살 필 수밖에 없고,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여권이 국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적절히 견제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

헌법재판관의 경우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가 추천권을 3명씩 나눠 갖고는 있지만, 사법부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황에서 독립적인 추천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항상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점, 국회의 경우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역시 행정부에 발맞춰 추천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법부의 독립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독립적인 정당성 가져야

또한 행정부의 수장과 대등한 위치에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사법부의 수장들에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결국 사법부의 신뢰회복은 사법부가 독립적인 정당성을 갖고 행정부, 입법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권분립의 주체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리고 그 방법은 국민에게 사법부의 인사권을 돌려줌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내 손으로 직접 뽑은 판사로부터 정당한 심판을 받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김경수 법률사무소 빛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