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산업재해는 작업장을 옮기면서 작업을 해야 하거나 대형의 단품을 생산하는 건설, 광산, 조선산업에서 빈발하기 쉽다.

우리 조선산업에서는 지난 2007~2016년 산재사고로 노동자 307명이 사망했다. 이들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242명으로 78.8%나 차지했다. 특히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에서 대형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했고 같은 해 8월 20일 STX조선해양에서도 폭발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이들 두 업체 산재사망자 10명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중대재해, 일시적 처벌·감독만으로 개선 어려워

이처럼 조선업의 하청업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해 정부는 일시적 사용자 처벌이나 감독만으로는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선업 노사관계자와 전문가를 포함하는 17명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선업 중대재해를 일으키는 근본적, 구조적인 요인을 찾아내고 바로잡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새로운 방식의 조사위원회는 국내에서는 지하철 구의역 사고조사 경험이 있고 영국에서는 엄정하고 심층적인 조사를 수행하는 공공조사(public inquiries) 방식이 있다.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이하 조선업 조사위원회, 필자는 위원장으로 참여했다)는 지난해 11월 초에 출범해 올해 4월 말까지 6개월간 삼성중공업과 STX조선 사망사고 조사활동과 현장조사활동, 사망사고 조사자료 분석, 산업재해 통계 분석, 원·하청관계 조사와 분석, 산재 관련 설문조사, 외국(독일 일본 영국)의 도급규율 법규 분석 등을 수행했다. 조사위원회는 6개월간 자료분석, 쟁점 논의를 수행하고 공청회 2회와 토론회 1회를 거치면서 산재사고 관련 노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조선업 조사위원회는 이달 6일 조사결과를 가다듬어 발표했다. 조선업은 주문형 단품을 생산하는 특성 때문에 원청회사가 모든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기 어렵고 사내하청 혹은 하청을 통한 생산을 광범위하게 해 왔다.

2000년대 말 국내 조선업에서 해양플랜트를 대량 수주함에 따라 사내하청 증가 그리고 재하청인 물량팀 상시화와 규모가 확대됐다. 하청 특히 재하청(물량팀)의 규모가 커지는 경우 자칫 사내하청 특히 재하청에서 산업안전 관리가 느슨해지기 쉽다. 더구나 물량의 증가, 납기의 촉박, 공기 관리의 어려움으로 생산일정에 맞추기 위해 안전관리의 절차 등을 무시해 온 점 등이 현장조사과정에서 다양하게 드러났다.

조선업조사위원회는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선업에서 산업안전을 위해 재하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제안했다. 또한 원청과 더불어 사내하청회사에서도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원·하청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 관리 및 감독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것도 권고했다.

삼성중공업과 STX해양조선의 사고와 관련해 기술적인 면에서 개선해야 점도 짚었다. 그리고 숙련기반 기능등급제를 시행하면서 위험한 업무는 숙련된 원청 정규직이 담당하도록 하도록 제안했다. 조선업 전체의 연례적인 산업안전 관련 설문조사 실시, 조선업 산업안전 관련자들의 산업안전 포럼 개최 등도 개선사항에 포함했다.

재발방지 위해 공공조사 방식 활용해야

앞으로도 중대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 사고의 근본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관련자들에게도 발언과 참여기회를 주는 공공조사 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선업 조사위원회가 제안하는 개선안을 정부와 조선업 사용자들이 받아들여 실천했으면 한다.(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 사고조사보고서는 고용노동부(www. moel.go.kr)와 안전공단(www.kosha.or.kr)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