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최근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 및 지자체 모두가 일자리 창출로 소란스럽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으니 공공부문과 대기업에서 어느 정도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용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아닌 중소기업 영역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선두에 있어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 솔루션일 것이다.

또한 새로운 일자리가 매우 혁신적이지 않을 경우 일자리 상실을 초래한다. 예를 들면 공공부문의 청소직 직접고용 전환은 해당업종 사회적기업의 고용과 매출을 급격히 감소시켰고 기업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어느 기업을 망론하고, 모든 기업에서 사람을 고용하는 순간 대표가 받는 부담과 책임은 크다.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가 있는 사람을 고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기업보다 높은 사회적기업의 고용유지비율

지난 통계에서 사회적기업의 고용유지 비율을 보면 일반기업보다 유지율이 높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 서비스업종이 많긴 하지만 장애인, 고령자, 경력단절여성 등 취약계층 고용이 눈에 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역시 사회적으로 큰 의미 있는 일을 해왔다고 할 수 있겠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잡셰어링은 우리네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는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노동시간이 줄면 수입이 감소하고, 수입이 적어지면 가계경제가 위축되니, 수입과 임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조금 더디게 성장 하더라도 사회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하고 번영하는 묘책과 프레임이 필요하다. 필자는 사회적경제의 확대가 그 혜안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옛말에 ‘복숭아나무와 배나무는 말이 없지만 그 밑으로 저절로 길이 난다’(桃李不言, 下自成蹊)란 말이 있다. 예산과 지원제도가 생기면 조직과 길이 생겨난다. 그리고 사람이 모인다. 그래서 일까. 요즈음 일각에서는 인건비 지원이 비교적 쉽고 지원영역이 확대되니 ‘인증 브로커와 짝퉁 기업가’들이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는 진정성 있는 사회적 기업가에게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사회적기업은 전통적으로 영세하고 기업 대표는 멀티플레이어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 어렵게 노력해서 지원제도 안에 정당히 들어 왔지만, 일부 ‘업자’들로 인해 지원금이나 타먹는 좀비기업으로 오해를 받게 될 때는 안타깝다.

필자는 협동조합 실패경험 때문에 ‘협동조합’에 대해 회의적인 때도 있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됐고 다시 시작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한지 5년이 지난 지금, 12개 조합원사는 40여개로 규모화를 이루었다.

물론 보완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협동조합은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조직이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취약한 협동조합법제도 속에서 다울사회적협동조합 토대 형성과 성장을 위해 ‘사회적기업 인증’이란 지원제도는 많은 도움이 됐다.

물질만능 가치관을 사회공동체로 변화

이제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이 10년을 지났고, 협동조합을 포함한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통해 자생력을 구축하고, 지원 이상으로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선순환 가치사슬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최근에는 일부 중소기업도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사회적기업은 ‘자본만능, 무한경쟁, 갑질 등’의 물질만능주의적 가치관을 ‘사람, 도덕적 양심, 협동, 상생 등’의 사회 공동체적 가치관으로 변화시키고 확산하는데 있다. 자본주의의 대항적 성격이 아닌 모두가 공존하는 대안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 조직에서 활동하는 종사자들은 넉넉지 않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생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고 경제 활동의 나이가 높아지는 고령화 사회에서, 인생 후반을 사회적경제 활동을 통해 공동체성을 찾고자 한다면 행복과 보람이 함께하는 노년의 삶도 기대해 볼만하겠다.


김병우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