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빅딜' 물꼬 틀 중대 모멘텀 역할

북미, 정상간·실무간 대화채널 재가동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월 평양공동선언'이 잔뜩 흐렸던 한반도 기상도를 일거에 뒤바꾸고 있다.

평양정상회담, 백두산 가는길│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대형모니터에 문재인 대통령이 탄 차량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하는 모습이 대형모니터에 중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삼지연공항으로 이동해 함께 백두산을 방문한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답답하게 막혀있던 북미 협상이 즉각 재개되는 물꼬가 트였고, 10월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흐름이다.

평양 정상회담을 기폭제 삼아 다시 궤도에 오른 북미대화는 미국이 원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한 평화체제 구축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한반도 빅딜' 성사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같은 국면의 급반전은 북미 정상간 비공개 친서 대화와 한미-남북간 사전 물밑 조율과 협상을 바탕으로 깔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전에 핵신고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의 선후관계와 시간표를 포함한 대략의 비핵화-평화체제 로드맵 문제가 한미, 남북, 북미 사이에 어느 정도 조율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나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엄청난 서한을 받았다. 그것은 3일전에 배달됐다"며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선언에서 공개되지 않은 별도 메시지가 있다는 암시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날 공식성명으로 평양정상회담을 "성공"으로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김 위원장의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 약속에 주목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며 "또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을 미국과 국제적 사찰단의 참관 속에서 영구 폐기하는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결정을 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선언 중 관련 합의 문항의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면"이라는 전제조건은 문제 삼지 않고 '핵 폐기 의사' 표명에 무게를 두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이 요구해왔던 핵신고나 핵탄두 반출에 대한 내용이 없었지만,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 공개 언급이 나온 점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미 3자 상호간 어느 정도 호흡 맞추기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즉각 환영과 대화 재개 메시지로 인해 북미 협상은 즉각 착수 수순을 밟게 됐다.

다음주 유엔총회 기간 중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동이 열리고, 북미간 실무협상을 전담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측 대표인사간 오스트리아 '빈 채널'이 가동될 전망이다.

고위급-실무급 투트랙 대화와 협상은 2021년 1월까지 비핵화 완료를 어떤 단계와 방식으로 실현할지를 구체적으로 조율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협상 재개 흐름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은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란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그 이전 시기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들(남북 정상)은 만났고 우리는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리는 북한과 관련한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양 정상회담을 반겼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우리는 그럴 것(We will be)"이라고 대답했다.

이미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한 사실을 소개하며 "조율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유권자에게 내놓을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시간표로 미뤄볼 때, 10월 중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 개최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변수는 미국내 정치 환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의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심, 회의론을 불식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정은 시대 이전의 북한을 거론하며 '또다시 속을 수 있다'는 대북 불신감이 만연해 있는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관련기사]
[트럼프-김정은 '한반도 빅딜' 급물살 예고] 미 "평양정상회담 성공적" … 북에 "빈에서 만나자"
문 대통령 '백두산' 소원 풀었다
[9.19 평양공동선언 채택 의미] '항구적 평화' 위한 약속 시작됐다
"지상·해상·공중 적대행위 전면중지"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2007년 평양회담 취재기자가 본 2018년 정상회담] '강산'도 변하고 '능라도'도 변했다
정상회담 결과 두고 갈라진 여야
건설업계, 남북경협 급물살 '환영'
"공동선언 환영, 역사적 이정표"
"남북공동어로는 평화·번영 시험장"
산림협력 기업 투자·지원 검토
식품·유통기업 북한진출 희망 커진다
[화보] "70년 적대 완전히 청산 … 다시 하나가 됩시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