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15만 평양시민 앞 연설

07년, 박수조차 '색깔 시비'

2018년 평양과 2007년 평양.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11년의 세월은 남북정상회담의 모습도 크게 변화시켰다.

극적인 장면은 19일 밤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이 공연된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공개 연설을 했다. 평양시민들은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2007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2007년 10월3일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장소에서 '아리랑'공연을 봤다. 아리랑 공연 관람은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체제선전 공연을 관람해서는 안된다"는 남쪽 일부 여론 때문이었다. 북측이 민감한 내용을 삭제·수정하면서 관람은 결정됐지만 논란은 전혀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노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관람한 격식이 입길에 올랐다. 공연 관람 도중 노 대통령이 기립박수를 친 것도 시빗거리가 됐다. 이렇듯 2007년 정상회담은 매사가 조심스러웠고 회담 내내 긴장이 흘렀다.

2007년 정상회담은 노 전 대통령 임기말에 극적으로 성사됐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초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송금'과 관련된 특검을 수용하면서 임기 내 남북간에는 냉기가 돌았다. 2006년 첫 북핵실험으로 위기가 극에 달했다. 때문에 정상회담은 '기대반 우려반' 속에 진행됐다. "지지도가 떨어진 임기말 대통령이 뭘 할 수 있겠나"는 반응도 나왔다.

'10.4 남북공동선언'이 나오기까지 진통은 노 대통령의 3일 옥류관 오찬사에 극명히 드러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마친 후 남측 수행원들을 위한 오찬장에 와 '폭탄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벽을 느꼈다"면서 "이렇게 하면 점심 먹고 짐 싸서 (서울로) 가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있었지만 당시 남북간 시각차를 잘 드러낸 일화다.

노무현·김정일 두 정상은 이미 고인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선 두 지도자를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계승'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평양회담은 상호 존중과 배려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국제공항에 내리고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파격의 연속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의 예우'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벌써 세 번째 만난 두 정상은 마치 '친구'처럼 스스럼 없이 대하고 회담에 임했다. 남측에서도 비핵화 성과에 대한 주문은 다르지만 과거같은 '색깔공방'은 잦아들었다.

두 정상은 '10.4 선언' 후 11년의 긴 세월의 단절을 극복하고 실천적 조치로 한 단계 더 나아간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해 '평화와 번영'을 향한 대장정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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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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