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지음 / 수류책방 / 1만6000원

남북 정상이 통역 없이 대화한다. 한글로 공동선언문을 작성한다. 한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남북한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본격적인 금융교류도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헤어져 지낸 오랜 세월동안 남과 북이 사용해 온 금융언어는 참 많이 달라졌다.

북한의 돈넣기는 입금거래를 말하고, 돈빼기는 출금거래, 생명보험은 인체보험, 정기적금은 정액저금, 대부업은 돈놀이 등 곰곰이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알만한 단어들이다. 하지만 '류동고' '류통면화폐' '림시돈자리'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아주 낯선 단어다.

알고보니 류동고는 손익계산서, 류통면화폐는 시재현금, 림시돈자리는 자계좌라고 한다. 또 맞비기기결제(상쇄결제)는 상계, 돈단련(빚단련)은 연체독촉 등 재밌는 표현의 북한 단어도 많다. 북한에서 '수표'는 본인의 필체로 쓴 사인을 말하는 남한의 '서명'을 말하는 등 같은 말인데 다른 뜻의 단어도 있다.

이 책은 은행,보험,증권,회계,무역에 이르는 남북금융 지침서로 남과 북 상호간의 경제·금융언어에 대해 미리 학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금융인 출신 1호 북한학 박사 김희철씨가 북한을 배우고 학습한 북한 금융과 금융기관에서 근무했던 실무경험을 되살려 작성했다. 남북한 경제·금융언어를 남과 북의 각각의 표현 방식대로 상호설명하는 방식의 해설집이다.

책의 구성은 경제금융 상식 용어를 예금, 대출, 전자금융, 외환·무역, 보험, 증권, 카드, 부동산, 회계, 기타의 순서로 사전처럼 정리했다. 부록으로 금융기관의 업무를 정의하고 금융회사별 현황, 대출상환 및 이자계산, 세율표 등도 실었다.

저자는 경제·금융언어는 사투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북한의 사투리를 인지하고 남한의 금융을 안다고 해서 북한의 금융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얘기다. 때문에 금융기관의 북한진출을 위해 전문가를 양성해야한다며 이 책이 남북한 금융 통합의 첫발을 내딛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석연휴, 금융인이 아니라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남북한 금융용어 낱말풀이를 해보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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