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지난 7월 23일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댐 사고로 인해 라오스 주민 5000명과 하류의 캄보디아 주민 1만 5000명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고 천막으로 지어진 임시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환경부는 18일 물 관리 일원화 100일을 맞아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같은 날 태국과 한국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SK건설 본사 앞에서 라오스 댐 사고 피해 상황을 알리고, 한국 정부와 시공사인 SK건설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1년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라오스 대형 수력발전사업에 우리기업 진출 지원” 제하의 보도 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역할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에 이르는 현재까지 라오스 댐 사고에 대한 어떠한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만명이 삶의 터전 잃고 천막에서 생활

지난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3박 4일간 태국과 캄보디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지역주민이 한국을 방문했다. 라오스 정부는 현재까지 39명이 사망하고, 97명이 실종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방한한 라오스댐 투자개발 모니터단(LDIM)과 현지를 취재해 온 태국 공영방송(PBS) 기자에 따르면, 피해 규모와 실태는 라오스 정부가 밝히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이다. 당초 피해 지역에는 7000 명 정도가 살고 있었는데, 임시보호소에는 5000명만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오스 정부가 피해규모를 축소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계속되는 호우와 악천후로 인해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현재 매우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임시보호소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심리적 트라우마, 수인성 질병 등의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한국 시민사회TF의 현장조사 결과, 댐 사고로 피해를 입은 마을은 총 19곳이고 피해를 입은 학교는 29개교에 이른다. SK건설이 지원 약속한 피해 지역 다리 복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라오스 주민들은 이번 사고 관련해 정부가 발표하는 정보들을 거의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라오스뿐만 아니라 댐 하류 캄보디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캄보디아 시암팡주 지역에서 온 꽁 른(Kong Lean)은 지난 10년 동안 범람이 없었는데, 라오스 댐 붕괴로 새로운 역사가 쓰여 지고 있다며 피해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번 범람으로 캄보디아 북부 지역의 30%가 침수되었고, 많은 가축들이 손실되어 식량안보의 위기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의 경제교역을 뒷받침 하던 교량이 붕괴됐다. 그는 “책임을 지는 이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고, “캄보디아 주민들이 이러한 피해를 입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며 부정의하다”고 호소했다.

메콩 생태에너지 네트워크의 위뚠(Witoon)은 댐 피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했고, 이주지역도 피해에서 안전하지 않다며 라오스의 피해 상황을 전했다. 그는 “댐 건설 사업의 법적 계약 당사자들이 책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하고, “라오스 정부와 사고 당사자들이 투명한 방식으로 사고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태국의 경우 이미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충족시키는데, 라오스 등 인접국이 태국에 수출할 전력을 수출할 목적으로 수력발전사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인류애적 태도를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라오스와 캄보디아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사고가 난 보조댐의 설계 및 시공 과정 부적합성을 지적하고, 시공사인 SK건설이 반드시 이에 대한 해명과 책임을 져야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사고 해결에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개발로 인한 많은 아픔을 겪어오며 생명 가치를 중요시 여기고 다른 이들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적 기반이 있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한국이 이번 사고를 대하는 인류애적 태도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라도 한국정부와 SK건설이 피해를 입은 라오스와 캄보디아 주민들에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차례다.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