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 재벌은행 우려

지역특구법도 처리 … 국민 안전·환경 위협

여야가 인터넷전문은행법, 지역특구법 등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경제법안들을 의결 처리했다. 이들 법안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등이 '반개혁', '새로운 적폐'라며 반발해온 법안들이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앞서 국회는 2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 특례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국회 통과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의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이 법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율을 4%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원칙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34%까지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지분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대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외의 재벌(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은행 소유는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법에는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기업에 대한 제한 규정이 빠졌다. 대기업이라고 차별해선 안된다는 자유한국당의 반발에 부딪혀 지분 보유기업을 법률로 제한하지 않고 시행령에서 경제력 집중억제,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 등을 고려해 규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률에 비해 시행령은 정부가 상대적으로 쉽게 바꿀 수 있어 재벌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법안심사과정에서 재벌의 진입금지를 위한 조항을 놓고 여야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어왔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토론에 나서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박 의원은 재벌의 은행소유 금지 조항을 시행령에 두기로 한 것에 대해 "사적 재산권 등 제한 법령은 특정한 범위를 정해야 함에도 특정한 범위를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실질적으로 백지위임한 것으로 헌법상 위임입법의 법리위반"이라며 "국회 스스로가 권한과 책임을 포기하는 모순된 법을 통과시켜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인 소유규제를 풀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0글자를 법안 본문에 넣지도 못했다"며 "그러고도 여당에서 재벌의 사금고화 가능성은 0%라고 하는 것은 벽을 허물어놓고 벽이 있다 상상해달라는 주문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 인터넷은행법은 전체 191표 중 145표 찬성으로 통과됐다. 여야 지도부간 합의에도 반대가 26표, 기권이 20표나 나왔다. 반대 26표 중 절반인 13표는 여당의원들이었다. 전직 원내대표인 박영선, 우원식 의원과 김두관, 박홍근, 김민기, 김상희, 박용진, 손혜원, 위성곤, 이재정, 이 훈, 인재근, 조승래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또 설 훈 최고위원, 홍익표 수석대변인, 강훈식 전략기획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과 권미혁, 금태섭, 기동민, 김영호, 백혜련, 신경민, 오제세, 유승희, 윤일규, 이인영, 이종걸, 이학영 의원 등 15명의 의원들은 기권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연 임대수입 7500만원 이하 임대사업자가 5년 이상 같은 임차인에게 임대하는 경우 소득세와 법인세를 5%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등 상가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강화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임대인에게도 세제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한국당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당은 이 법을 19일 발의했고,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 없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졸속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지역특화발전촉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시도지사가 지역발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지역전략발전산업으로 선정한 사업에 대해 규제자유특구계획을 수립해 규제 제약 없이 육성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우선 허용, 사후 규제' 방식으로 섣부른 규제완화로 국민안전과 환경 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