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 주민대화 형식 바꿔 소통 강화하고 현장으로 마실 … 구청장·주민·공무원 독서토론으로 정책구상

"쓰레기 무단투기를 근절해주세요." "봉화산길 남쪽으로는 경로당이 없어요. 노인들이 여름이면 길거리에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해요."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이 민선 7기 주요 사업과 권역별 계획을 설명한 뒤에는 사회자가 게시판을 빼곡히 채운 포스트잇 가운데 몇장을 골라 읽고 답변을 요청한다. 여느 지자체에서나 볼 수 있는 주민과의 대화같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관제행사'같은 형식부터 대폭 바꿔 실질적인 주민참여와 소통을 꾀했다. 주민·직원과 독서토론으로 정책방향을 찾고 원탁회의를 통해 지역 청사진을 그릴 계획이다.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이 주민과의 대화 방식을 바꿔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면목본동 정책간담회에 참여한 주민들이 지역발전에 대한 희망을 담아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사진 중랑구 제공


류경기 구청장은 이달 초부터 지난 19일까지 매일 동주민센터로 향했다. 하루에 한두곳씩 16개 동 전체를 돌며 주민들과 만나는 정책간담회다. 형식적인 순방을 탈피하기 위해 통반장이나 관련 기관 대표 등 여론주도층을 동원하는 대신 구 소식지와 누리집 사회적관계망을 통해 구청장과 대화를 원하는 주민들 사전신청을 받았다. 지역사회에 관심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구청장과 대화도 주민이 이끈다. 공무원이 아니라 주민자치위원이나 마을 활동가에 맡겨 주민들이 보다 편안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행사 당일 참석이 어려운 주민에는 사전에 의견을 들었다. 1주일간 동주민센터에 주민들의 자유롭게 의견을 적을 수 있는 포스트잇 게시판을 설치했다. '류경기 구청장과 함께 만들고 싶은 동네 모습'이다. 현장까지 걸음을 한 주민들 의견을 듣는 시간은 다음. 다만 개인 민원이 아닌 지역 발전을 위한 의견으로 제한한다. 이때도 기회를 얻지 못한 주민들은 미리 준비된 종이에 요구사항을 적는다. 간담회 말미에 포스트잇 게시판 의견과 함께 상자에 담아 구청장에 전달, 관련 부서에 검토를 거쳐 답변을 하게 된다.

주민들 의견을 더 많은 주민들이 공유하도록 구청 1층 로비에 정책트리를 설치, 2주간 전시한다. 각각 의견과 해당 부서에서 검토한 내용, 실행결과는 구청장이 별도로 자리를 마련해 주민들에 보고할 계획이다.

달라진 형식에 걸맞은 이름도 붙였다. 주민과의 대화는 '동감 토크', 동 정책간담회는 '구청장의 동행'(洞幸)이다. 마을 행복을 만들기 위해 구청장과 주민이 대화로 공감한다는 의미다.

아직 협치가 낯선 주민들을 위해서는 구청이나 동주민센터를 벗어나 현장으로 찾아간다. 매주 새벽 청소·봉사활동을 하며 지역 곳곳을 돌아보고 주민들과 만나는 동시에 매달 한두차례 지역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과 진솔한 얘기를 나누는 '중랑마실'을 열 계획이다. 긴급한 현안이 있거나 주민간 갈등이 심각한 현장에 구청장부터 간부공무원, 관련 부서 공무원이 찾아가 즉시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실질적인 민원 해결의 장이 되는 셈이다. 구청장이 직접 대화를 주재, 자유로운 토론을 유도할 예정이다. 중랑마실은 사회적관계망에 생중계, 참석하지 못한 주민들 의견도 챙긴다.

10월에는 주민·직원과 책을 통한 소통을 시작한다. 독서토론모임 '샘이 깊은 물'이다. 매달 같은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면서 정책 아이디어를 얻는 동시에 공무원과 주민간 거리를 좁힌다는 구상이다.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역 미래를 담은 청사진을 그릴 준비도 한창이다. '중랑비전 원탁회의'를 열기로 하고 지난 7월부터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고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진행방식과 시간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 중이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새로운 중랑, 변화의 시작은 주민과의 소통에 있다"며 "현장에서 중랑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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