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윤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인간(人間)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의미한다.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그 관계에 따른 지위와 의무를 가진다. 필자와 아내는 4살된 딸과 8개월된 아들의 부모가 되면서 육아휴직을 써야할 필요성을 느끼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출산휴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사업주는 임신 중의 여성에게 출산 전후로 90일의 휴가를 주어야 하고, 배우자 출산 휴가 제도도 있다. 출산휴가 중의 임금지급은 재직한 회사가 i) 대규모 기업인지, ii) 우선지원 대상기업인지에 따라 다소 상이하다. 전자의 경우 최초 60일간의 급여는 사업주가 지급하여야 하고, 나머지 30일은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나, 후자의 경우 전부 고용보험에서 지급한다.

휴직하려면 로펌 그만둘 각오해야

사업주는 근로자가 만 8세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주어야 한다. 육아휴직은 1회에 한하여 분할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기로 유명한 초등학교 입학 후를 대비해 6개월의 휴직을 남겨두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육아휴직을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같은 자녀에 대하여 배우자가 육아휴직 중인 경우,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자는 이러한 사유 없이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거나 육아휴직을 마친 후 근로자에게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키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육아휴직은 회사나 직업별로 잘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법조계가 대표적이다. "육아휴직은 로펌을 그만둘 각오로 해야 한다"는 것이 로펌 규모와 무관하게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필자 지인은 두 아들의 아빠로서 ‘퇴사’를 불사하고 직장 상사와 담판을 지은 후에야 육아휴직을 간신히 쟁취했다.

특히 남성 근로자는 주변 상사·동료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육아 연령대인 30대 남성들 중 회사에서 한창 업무를 활발히 수행하는 대리·과장급 실무자가 많기 때문에 이런 애로사항은 더욱 크게 와 닿는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근로자’라 하여 성별을 구별하지 않으며, 오히려 남성의 육아휴직 이용을 확대하려는 제도적 지원 또한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아빠의 달’ 제도인데, 엄마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에 같은 자녀에 대하여 아빠가 육아휴직을 이용하면 3개월 육아휴직 급여로 통상임금의 100%를 주는 것이다. 다만 월별 상한액은 200만원이다.

아이 돌봐 주는 시스템 필요

아이의 통잠은 모든 부모의 소원이다. 아이는 1~2시간에 한번 꼴로 깨서 우는데 부모로서도 괴로울 때가 많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사람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속 편한 소리를 하는데, 이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 아이니까 키우지, 아니면 못 키운다”는 말처럼 다른 사람이 정성껏 신경 써줄지도 의문일뿐더러, 기본적으로 일상 업무시간에 근무하기 때문이다. 야간 입주도우미는 적당한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고, 웬만한 맞벌이 가정에게도 부담스러운 금액을 요구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지만, 아이를 항상 돌봐야한다는 점이 가장 난감한 부분이다. 정부의 출산장려제도는 지원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시혜적인 조치가 주를 이루는데,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아이를 돌봐주는 시스템이다. 부모가 업무시간 동안 육아에 대한 걱정에서 해방되어 열심히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완비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 실현될 것이다.

육아를 하면서 모든 부모님의 위대함을 절실히 느끼고는 한다. 남의 떡이 커 보일 뿐이지, 쉬운 육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들 아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키우는 것일 뿐이다. 필자도 예쁜 딸과 잘생긴 아들을 보면 정말 행복하기 그지없으나, 그래도 셋째는 없다.

이충윤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