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징계자 공관장 발령

또 다른 징계자 공사직 거론

여성장관 시대 성 비위 계속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국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유독 외교부는 이런 흐름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첫 여성장관인 강경화 장관이 취임했지만 성비위 관련 징계는 끊이질 않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12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부적절한 성차별 발언 등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재외공관장으로 승진 발령되거나 발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부의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서울 강동을)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지난달 5일 주 벤쿠버 총영사로 발령받은 A씨의 사례를 지적했다.

외교부 일본과장, 동북아국장을 지낸 A씨는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외교참사라 불린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 핵심 담당자였다.

더구나 그는 지난해 9월 언론사 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했고, 부하직원들에게는 부적절한 학벌 발언을 하는 등 외교부 안팎에서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지난 2월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한 공무원 품위 손상'으로 '감봉 1월'의 징계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징계를 받은 지 불과 8개월도 되지 않아 총영사로 승진 발령이 났다.

심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역대 총영사 발령자 가운데 징계 이력자는 A씨를 제외하면 2명인데 이들은 모두 A씨보다 낮은 징계수위인 '견책'을 받고도 23개월, 60개월의 자숙기간을 거친 뒤 총영사 발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해 "올 한해 미투 운동과 같은 적극적 고발에 많은 여성들이 참여 해왔으며,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에 외교부도 예외일 수 없다"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다른 징계도 아닌 '여성비하'와 '성희롱'으로 인한 징계를 받고도 더 빨리 공관장으로 발령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의 제식구 감싸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 공석중인 주요 국가의 정무공사 자리에 거론되는 B심의관의 경우 지난해 11월 부하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따른 비위가 적발돼 지난 9월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당초 B씨는 지난 5월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정직 1월을 받았다가 소청심사를 통해 감봉 3월로 변경된 바 있다.

아무튼 이 같은 비위연루자를 주요국 공사 물망에 올린 것 자체가 외교부의 안이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현재 검토가 진행중인 사안으로 특정인을 내정한 바 없다"면서 "유관경력,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임자를 인선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해 발생한 전체 징계사건 12건 가운데 절반인 6건이 성희롱, 성폭행 등 성관련 비위로 나타났고, 올들어 지난 8월까지도 성관련 비위로 인한 징계가 4건이나 이뤄지는 등 성관련 비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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