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계열사 롯데지주로 편입 … 주주가치·지배력 강화 포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돼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지주회사 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롯데지주는 10일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중 410만1467주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중 386만3734주 등 총 796만5201주(지분율 23.24%)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 화학계열사들이 롯데지주로 편입된다. 주식 매입 금액은 2조2274억원이다. 이를 위해 롯데지주는 기업어음 5000억원, 금융기관 차입금 1조8000억원 등 총 2조3000억원 규모를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신동빈 회장 출소 5일만에 이루어진 결정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는 국내 계열사 91개 중 51개사를 편입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의 지분 13.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하지만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를 가지고 있고,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100% 지배하고 있었다. 롯데지주는 화학계열사와 호텔 및 관광 계열사를 편입하기 전까진 유통, 식품 계열사만 품은 반쪽짜리 지주회사에 불과했다.

이번 롯데케미칼 지주사 편입을 통해 지주체체를 더욱 안정화했다는 평가다. 또 유통 및 식음료 업종에 편중됐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 지분 매입에 따른 자금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사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롯데지주가 소유한 금융사 지분과 롯데물산·호텔롯데가 소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맞교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지분 매입으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2조3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은 향후 롯데카드·캐피탈 제3자 매각을 통해 충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금융계열사를 정리해 차입금을 대체한다는 것은 추론에 불과하다"며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롯데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의 10%에 달하는 1165만7000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하고 4조5000억원 규모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지주는 이를 결의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공고했다. 임시주주총회는 다음달 21일 개최될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분할합병 과정에서 약 4576만주(지분율 39.3%)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게 됐으며 이번에 소각이 결정된 자기주식은 이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롯데지주는 대규모 자기주식 소각과 이익잉여금 전환으로 주당순자산가치가 개선될 뿐 아니라 배당 가능한 재원 역시 확보하게 돼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지주사 편입을 통해 그룹의 지주 체제를 더욱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유통 및 식음료 업종에 편중되어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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