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경화 국감 발언에 공개반박 … 미 국무부도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온 강경화 외교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내 정치권의 논란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반박했다. 강 장관은 뒤늦게 "아직 본격 검토는 아니다"고 번복하고, 외교부가 "남북관계 상황을 전반적 고려해 검토할 사항"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직접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한국정부의 대북제재 해제 검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의 승인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들(한국)은 우리의 승인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해 대북제재 논의에 단호한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태도는 "관계부처가 검토중"이라는 강경화 장관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원칙적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과 뉴스위크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하려는 한국측 움직임을 공개 반박하면서 "자신의 승인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며 현재로선 대북제재 해제는 없을 것"이라며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은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에게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할 것을 독려해왔다.

미 국무부도 이날 강경화 장관의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데 대해 '선 비핵화-후 제재 완화'라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제재완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무부의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5·24 조치 해제 검토라는 한국측 발언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완화는 비핵화 이후에나 될 것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그 지점에 빨리 도달할수록 미국은 더 빨리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워싱턴 정가의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에 호의적인 조치를 취해 미국의 제재압박 체계를 무디게 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표명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북미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너무 앞서서 제재 완화 논의가 거론되는 것은 자칫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잃고 협상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강하게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미협상 과정에서 빅딜의 내용으로 거론돼 온 남북경협에 필요한 제재 예외조치까지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강 장관이 표현을 수정하긴 했지만 향후 남북·북미관계 개선 과정에서 5·24 조치 해제 논의가 가속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에 따라 같은 해 5월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 조치다. 여기에는 개성공단 등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불허,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 담겼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정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