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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트럼프 관세폭탄, 미 국민에 떨어진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등록 : 2018-10-11 11:03:10

미국처럼 거대한 나라가 수입품에 무거운 관세를 매기는 것은 특정 조건을 고려해야만 이해가 된다. 수많은 외국의 공급업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라면 고율 관세라도 기꺼이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겐 이익 마진을 희생하는 것이지만, 역으로 미국 재무부 입장에선 세수를 추가 확보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에 대해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토머스 푸겔 교수는 "'최적 관세'(optimal tariff) 논리는 미국이 거대한 수입국으로서 자국의 부담을 주변국에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840년대 정립된 최적 관세 이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봉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상대국이 미국을 등쳐먹고 있다고 종종 비난한다. 그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따라서 이제 중국이 관세로 미국에 수십억달러를 내고 있다"며 "미국 재정금고에 보다 많은 돈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진실은 보다 복잡하다"며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실제 이기고 있는지에 회의감을 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관세는 이론상 최적화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상대국도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나라에게 완전히 또는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관세를 설계하기란 참 어렵다.

현재 중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초기 관세 목표는 거의 정확히 들어맞았다. 미국에 공급하는 나라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도록 만드는 제품에 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공급선이 없는 제품이 크게 늘어났다. 경제학자들은 단일 공급국가 또는 지배적 점유율의 공급국가의 경우, 결국 관세의 대부분을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푸겔 교수는 "만약 미국 소비자가 반드시 중국산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미국 내 관련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1, 2차 라운드를 통해 중국의 대미 수출품 500억달러에 관세를 부과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그중 중국이 지배적인 위치를 점한 제품 가액은 단 13억달러에 불과했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지난달 24일 발효된 3차 관세 라운드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중국의 가격 인상에 보다 취약해졌다. 10% 관세가 적용된 중국의 대미 수출품 2000억달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중국이 50% 이상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 모두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협박을 현실화한다면, 상황은 보다 악화된다. 2400억달러 수입품 가운데 중국이 지배적인 사업자인 상품이 80%에 가깝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의 자회사인 무역정보 제공업체 '판지바'에 따르면 특히 전자부품과 가구, 설비, 네트워크 장비 등은 미국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품들이다. 식용 개구리 다리나 수퇘지 털, 뱀장어, 주석과 은광석 등 수입품은 중국이 90~100% 장악한 상품이다. 미국 무역대표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미국 기업들의 끈질긴 청원을 받아들여 중국산 희토류 금속에 대한 관세를 보류했다. 강력 자기장과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기기, 오토바이 헬멧 등의 생산에서 중국산 희토류 금속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최종적으로 누가 과연 관세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인지는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다"며 "또 관세 전액이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고 지적했다. 소매상과 도매상, 운송업체, 외국 제조업체, 심지어 그 제조업체의 하청기업들이 자발적 또는 강제적으로 비용 일부를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대 멘지 친 교수는 "비용 부담의 정도는 각 사업자의 협상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학자들과 기업 CEO들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측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카콜라는 지난 7월 미국이 부과한 금속류 관세를 언급하며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자사의 캔 음료수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회사인 '홈데포' 최고재무경영자(CFO) 캐롤 토미는 8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공급업체들에게 관세로 인한 비용인상분을 공급가에 반영토록 허용했다"며 "홈데포가 그로 인한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지는 향후 상황과 조건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원산지 국적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20% 관세가 부과된 세탁기의 경우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관세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 할 이유 중 하나는 외국 공급업체가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 업체의 마진은 이미 쥐어짤 대로 쥐어짠 것이다. 월마트나 아마존처럼 가격 협상력이 월등한 대기업에 물건을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전미소매업협회'(NRF) 수석 로비스트인 데이빗 프렌치는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공급처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며 "중국은 거대하고 숙련된 노동력,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뛰어난 운송 네트워크를 가졌다. 소매상들이 과거부터 전 세계 다른 곳을 물색했지만, 중국을 즉각 대체할 만한 믿음직한 곳을 많이 발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관세의 영향력을 정확히 짚어내기도 어렵다. 소비자의 수요, 원자재 비용 등과 같은 기타 요소들이 시시각각 변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가정용 세탁기에 20% 관세가 부과된 이후 소비자가격이 올랐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가정용 세탁기의 경우 올 5~7월 3개월 평균 가격은 이전 3개월(2~4월) 대비 44% 상승했다. 관세 탓이라 볼 만하다. 하지만 관세가 부과되기 전인 지난해 10~12월 3개월 평균가보다는 오히려 22% 낮은 가격이다. 관세 이외의 다른 요소가 개입됐음을 의미한다.

금속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철강 가격은 오름세다. 얼핏 보면 트럼프 행정부과 부과한 25% 관세 탓이라 여길 만하다. 하지만 운송설계회사 HNTB 부사장인 존 바턴은 "현재 공급이 부족한 건 아닌데, 향후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분석했다. 10% 관세가 적용된 미국 알루미늄 가격은 반대로 내림세다. 알루미늄에 대한 국제적 공급이 풍부한 데다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애널리스트인 존 마더솔은 "썰물이 되면 모든 배가 바닥에 닿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반전돼 다른 나라들이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미국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미국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대당 2200달러에 달하는 유럽의 오토바이 관세 25%를 회사측이 부담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미 할리데이비슨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오토바이를 유럽 공장을 신설해 생산하기로 했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지난 7월 "현재 중국에 수출하는 포드와 링컨 자동차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며 "중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회사측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두 농가들은 중국 내 판매 하락을 막기 위해 오히려 가격을 인하키로 했다. 곡물데이터 정보업체인 '팜리드리소스' CEO인 브레넌 터너는 "미국산 대두말고도 중국 소비자의 선택지는 많다"고 전했다.

관세폭탄이 미국 소비자의 지갑을 터는 결과를 내는 것과는 별도로, 선진 기술을 향한 중국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노동자들이 최종 조립만 하는 경우에도 중국산 제품 전체에 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저마진의 조립작업을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나라로 옮기고 대신 보다 고부가가치 작업에 매달리는 방향으로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응할 수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비상임 선임 연구원인 셔먼 로빈슨은 "미중 무역전쟁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중국의 기술굴기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최적 관세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관세폭탄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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