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확대 급급 '기초수준'에 머물러 … "수요기업 고려해 정책 재설계해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에 한계가 드러났다.


정부가 구축됐다고 발표한 5003개사 대부분이 기초단계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요기업인 중소기업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양적보급에 급급했던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과 전문가들은 "스마트공장 구축비용이 매몰비용이 되지 않으려면 중소기업 현실에 맞도록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스마트공장 보급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동안 중소기업 5003개사(정부지원 3495개, 민간지원 1508개)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한 지원이 있었다. 예산은 2669억원에 이른다. 올해에는 지난 9월까지 1137개 기업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올해 3월 혁신성장 선도사업 하나로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2만개 보급추진을 목표로 한 '스마트공장 확산 및 고도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전략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은 ICT 활용정도에 따라 4단계 수준으로 구분한다.

공장내 생산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제품의 생산이력을 관리하는 '기초수준', 생산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분석하는 '중간1수준', 시스템을 통해 생산공정을 제어하는 '중간2수준', 그리고 맞춤형 유연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지능형공장인 '고도화수준'으로 나뉜다.

이 기준에 따라 현재까지 보급한 스마트공장 구축수준은 '기초수준'에 76.4%가 집중됐다. '중간1수준' '중간2수준'도 각각 21.5%, 2.1%에 불과했다. '고도화수준'은 전무했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양적보급에 치우쳐 스마트공장 질적 수준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그간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보급지원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중소기업들이 생산성이 저조한 상태에 있던 스마트공장 보급에 참여해 기초적인 스마트화(이력·추적관리)만으로도 발생한 성과를 고도화수준에 이른 스마트공장 성과로 오해하도록 포장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은 12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제조업 혁신 가속화를 위해 스마트공장 보급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며 "정부는 양적보급 확산 뿐만 아니라, 스마트공장 보급의 질적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목표부재, 부족한 정보 및 역량, 한정된 예산, 관리부족 등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는 등 좀 더 세밀한 수요기업 중심의 정책 필요성을 주문했다.

실제 아직도 어떻게 스마트공장을 구축해야 할지 모르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중소기업계와 전문가들은 스마트공장 구축정책의 재설계를 요구했다. 양적확대에서 모범사례 구축으로, 업종별 특성에 맞는 구축 메뉴얼, 인력양성 방안 등을 담은 종합계획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경남 창원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경한코리아 이준형 해외총괄 부사장은 "스마트공장 특성상 전체적인 시스템연계가 필수적인데 역량이 있는 기업부터 지원해 모범사례를 만드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스마트공장 구축에는 많은 시간과 자금, 노력이 필요한 만큼 수요기업의 안목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가능한 기업부터 모범을 창출해 확산시켜야 정책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재 중소·중견기업이 구축 가능한 수준 높은 스마트공장 견학이 필요하지만 중간2 이상의 스마트공장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코치가 미흡하고, 아직 스마트공장 국제표준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투자가 향후 확장성이 없을 경우 매몰비용화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높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기업에게 스마트공장과 관련된 기술 이해와 운영능력 없이는 스마트공장은 무용지물이다. 전문가 지원과 내부 운영인력 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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