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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사용후핵연료 1만5천톤의 의미

등록 : 2018-10-12 08:36:00

김창락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지난해 7월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세먼지 기여율은 국내 요인이 52%, 국외 요인이 48%였다고 한다. 국민들의 상당수는 미세먼지는 중국 탓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미세먼지는 환경보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번 훼손된 환경을 되돌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지난 40여년간 원자력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이용해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의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원자력을 이용할 줄만 알았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덮어두고 있었다. 바로 방사성폐기물 문제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건설하는데 20여년간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치렀다. 안면도, 굴업도, 위도, 영덕, 울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역이 방폐장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사용후핵연료는 1만년 이상 생태계와 완전히 격리해 보관해야

하지만 중저준위 방폐물보다 훨씬 더 관리가 어렵고 많은 갈등이 예상되는 사용후핵연료는 아직 뾰족한 대책이 없다. 중저준위 방폐물은 300년 정도 안전하게 관리하면 되지만 사용후핵연료는 최소 1만년 이상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와 완전히 격리해 안전히 보관해야 한다.

사업이 추진되면 원전 소재지역은 물론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환경단체, 지자체 등의 갈등이 엄청날 것이다. 중저준위 방폐물과 비교해 갈등의 정도, 관리기간, 비용 등에서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추진을 위해 지난 정부는 20개월의 공론화를 거쳤지만 환경단체와 일부 원전지역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현재 국내에서 저장중인 사용후핵연료는 6월말 기준 약1만5000톤에 이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가동중인 원자력발전소 수명연장을 금지하고 신고리 6호기 이후에는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한다 해도 약 2만5톤의 사용후핵연료가 추가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핵심기술도 부족하다.

영구 처분시설 부지선정·건설·운영전까지 현재 원전내 저장시설 확장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하는 중간저장 시설을 어디로 할 것인지 등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중간저장 시설 부지가 결정되면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는데 필요한 지하연구시설(URL)과 최종 처분시설을 건설해야 하고, 세계최고 기술수준 대비 60~70%에 불과한 관리기술 수준도 끌어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에 필요한 부지평가 기술 정도를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영구처분시설 건설·운영의 핵심이 되는 한국형 처분시스템, 안전성 평가, 실증·시현 기술 등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국민의견 하나로 모으는 공론화, 기술개발은 한시가 급한 현안

중저준위 방폐장 문제는 해결됐지만 경주를 방폐장 부지로 정하고, 건설하는데 2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사용후핵연료 1만5000톤은 엄연한 현실이다. 현재 가동중인 원전에서도 사용후핵연료는 추가로 발생한다.

미룬다고 해결책이 찾아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공론화, 기술 개발은 한시가 급한 현안이다. 환경단체들의 지적처럼 중저준위 방폐물보다 훨씬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사용후핵연료를 언제까지 임시 저장시설에서 관리할 수는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가 소득도 없는 소모적인 공론(空論)이 아니라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을 푸는 공론(公論)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방안을 찾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환경문제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창락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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