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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강정마을 간 문 대통령 "사면복권 적극검토"

해군 관함식 참석 뒤 주민들 만나

"기지건설 절차적 정당성 못지켜

치유와 화해 필요" 사과뜻 표명

"해군기지, 평화 거점으로 만들자"

등록 : 2018-10-12 11:17:02

문재인 대통령이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겪어온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7년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로 확정된 이후 현직 대통령이 이 마을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 갈등으로 인한 상처를 보듬고 화해와 치유를 통해 미래로 나가자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강정마을 갈등 치유 나선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강정마을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귀포 =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문 대통령은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이후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 또 제주도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주민공동체가 붕괴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2007년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이후 강정마을 주민들은 찬반이 나뉘어 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은 반대운동과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하지만 결국 기지는 2016년 2월 완공됐고 그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이날 마을대표로 참석한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은 "11년째 강정마을 공동체 분열은 이어지고 있고,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공동체 파괴의 갈등과 고통을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모두 잊고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특히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순수하게 강정을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은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되는 아픔을 겪었다"며 "화합과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다시 꽃 피우기 위해 사면복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의 구상권 청구는 이미 철회가 됐고 사면복권이 남은 문제"라며 "사면복권은 재판이 모두 확정되어야만 할 수 있으므로 관련 사건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강정마을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지금도 당연히 잊지 않고 있다"며 "이제 강정마을에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 깊은 상처일수록 함께 보듬고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정부 때 청구한 34억여원의 구상권 철회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사업 지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2월 구상권 청구 소송을 취하했다.

당초 이날 간담회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과 주민들 사이에 대화가 길어지면서 1시간 20여분간 지속됐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가 웬 말이냐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고, 맞는 말씀이나 모든 진실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군사시설이라 해서 반드시 전쟁의 거점이 되라는 법은 없고 하기에 따라서 평화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관함식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왜 또 상처를 헤집는가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왕 해군기지를 만들었으니 강정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강정 주민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정부 내에서는 국제관함식을 제주가 아닌 부산이나 진해에서 개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갈등을 묻어두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대처해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국제관함식 연설에서도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제주도민들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며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제주 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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