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관측 … "미측 풍계리 참관 뒤 문화사절단이나 특사 형식"

노동신문, 김정은-폼페이오 오찬 내용 전하며 "접촉래왕 위한 흥미진진한 의견교환"

2차 북미정상회담이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예고된 가운데, 양국 관계의 진전을 보여주는 극적 조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선거 전 전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KBS 1라디오의 저녁 시사프로그램인 '김기자의눈'과의 인터뷰에서 "폐기된 풍계리 핵실험장와 폐기 예정인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 대한 미국측 참관이 이뤄진 뒤 2차 북미정상회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김여정 부부장이 현송월 단장의 삼지현관현악단을 이끌고 문화사절단이나 특사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이벤트가 진행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여정에게 사진 전달받는 폼페이오 |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부터 사진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홍 연구위원이 이런 관측을 한 건 김 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 내용을 보도한 8일자 노동신문 기사다. 그는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오찬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흥미진진한 의견들이 교환되었다'는 이례적인 구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기사는 후반부에 '오찬에서는 조미수뇌회담의 성공과 조미관계발전을 위하여 쌍방사이에 의사소통과 접촉래왕을 더욱 활성화해나갈 데 대한 흥미진진한 의견들이 교환되였다'고 전했다.

오찬에는 북측에서 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통역자를 배석시킨 채 참석했고, 미측은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앤드류 김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참석했다. 이들 사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접촉왕래를 활성화하는 '흥미진진한 의견들'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인적교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위원은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특사로 서울에 올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김여정 부부장이 내려와 큰 주목을 받았다"면서 "6.12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현송월이 싱가포르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어 예술단의 방미도 예상해볼 수 있지만, 김 부부장의 등장이 이를 뛰어넘는 상당히 의미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10일 리모델링이 마무리된 삼지현관현악단극장을 직접 현지 지도한 일을 노동신문이 11일자에서 이례적으로 2면과 3면, 두 개 면에 걸쳐 상세히 소개한 점도 눈에 띈다. 홍 위원은 최대 명절인 당 창건일에 있었던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소식보다 극장 현지 지도를 더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다.

김여정 부부장의 방미와 이후 미국의 방북 답방 가능성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 부부장이 삼지현관현악단을 데리고 워싱턴이나 뉴욕에서 공연을 하고, 미국이 답례로 오케스트라 등을 평양으로 보내는 관계개선 행보를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이 삼지현관현악단 개건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08년 3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음악사절단으로 평양에 보내 북한 국가와 신세계교향곡 등을 연주한 사례가 있다.

미국 내 정치상황도 '김여정 전격 방미' 이벤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배경이다.

최근 11월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열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북한과의 관계가 좋다"는 점을 거듭 내세우고 있다. 미국 조야와 언론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여전히 의심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것을 적극 반박하기 위해서다.

홍 위원은 1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여정 방미 가능성은 추측과 예상해 보는 차원의 이야기"라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 중간선거 전에 여동생인 김여정을 특사로 전격 파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게 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분위기 고양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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