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후변화대응팀장

일본의 농경제학자인 '나카무라 오사무'는 그의 책 "경제학은 왜 자연의 무한함을 전제로 했는가" 에서 '근대화된 농업은 작물의 수확은 늘어나고 노동은 짧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농기계, 농약, 화학비료 등이 대량으로 사용되며 그것들은 모두 화석연료의 대량 소비를 통해 얻어 진다'라고 꼬집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농산물은 햇빛과 물, 그리고 농부가 흘린 땀의 결실이라고 배워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이것은 농산물이 만들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일 뿐, 정작 농산물이 만들어 지려면 여기에 다량의 농자재(비료, 농약 등)가 투입되고 농기계의 활용이 더해져야 한다. 그러자면 필연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농산물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철 농산물이 아닌 경우에는 더 그렇다.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은 겨울에는 보온, 여름에는 냉방처리를 하여 생산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가급적 제철농산물, 로컬푸드 등을 소비하는 스마트한 습관을

그럼 우리가 자주 먹는 농산물 생산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할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래도 농산물은 자연이 주는 산물인데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공산품과 비교하면 아주 적은 양 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농축산물 소득자료집의 통계를 이용하여 계산된 국립농업과학원의 전 과정평가(Life Cycle Assesment) 연구결과를 보면 꽤나 충격적이다.

대표적인 노지작물인 감자와 콩의 경우 10kg을 생산하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각 3.3, 5.8kgCO2/kg (경유로 환산시 각각 1.6ℓ, 2.8ℓ정도), 시설작물인 방울토마토와 피망의 경우에는 10kg 생산에 19, 31kgCO2/kg (경유로 환산시 약 9ℓ, 15ℓ정도)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의 경우 생산량과 농자재, 농기계, 냉난방 등으로 소비되는 에너지 양을 합해 비교해보면 농산물 생산량보다 화석연료 사용량이 더 많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위에 차려진 음식물을 만들기 위해 비슷하거나 더 많은 양의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폭우 등 이상 기상현상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고, 황사나 미세먼지 등 오염된 대기환경으로 인해 집집마다 공기청정기가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는 당신에게 '귀하께서는 오늘 아침에 2ℓ, 저녁에 5ℓ의 화석연료를 태워서 만든 식사를 하셨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받는다면 결코 즐거운 기분으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지구환경과 기상이변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다이어트에 동참하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먹거리를 선택하고 소비함에 있어서 '가격' 이나 '맛' 뿐만 아니라 '환경'도 소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하는 시대이며, 그런 선택이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윤리적 의무임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고, 재활용을 생활화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를 절약하는 것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생활습관이다. 여기에 매일 접할 수밖에 없는 먹거리에서도 가급적 제철농산물, 로컬푸드, 저탄소인증 농산물 등을 소비하는 스마트한 습관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 매일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습관이 된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실천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실천에 따른 크고 작은 불편함 때문일 게다. 누구라도 오랫동안 몸에 베어버린 습관을 고치는 일은 어렵고도 불편하다. 또한 나 하나쯤 실천한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하는 의구심도 이유가 될 것이다.

확실히 쉽진 않다. 그러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매일 매일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습관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같은 습관을 갖게 된다면 조금씩 바뀔 것이다. 지난 여름과 같은 유례가 없는 폭염도 조금은 줄어 들 것이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만이라도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스마트한 식습관에 동참해 준다면 말이다.

이길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후변화대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