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성 지음 / 쌤앤파커스 / 1만3000원

많은 정치권 리더들이 무너진 이유는 뭘까.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의 방향타로 '존 로크 통치론'을 집어 들었다.

그는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로 주저앉은 리더들에게 "자신이 가진 권력의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권력, 그 한계 안에서 사용될 때에만 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무시했다"고 진단했다. "권력의 대상이 인식하는 한계, 즉 동의하는 범위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자유주의의 선구자로 알려진 17세기 잉글랜드의 사상가 존 로크는 귀족이 아니었고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도 귀족과 달랐다. 중요한 문제에서 지배계급과 다른 입장을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1642년에 벌어진 잉글랜드의 국왕파와 의회파 사이에 일어난 전쟁인 잉글랜드 내전(청교도 혁명)은 10세였던 존 로크가 '통치론'을 쓰게 만든 중요한 연결고리가 됐다. 공 교수는 "로크가 가부장 지배론을 비판하고 종교적 불관용 비판한 것은 아버지의 권한으로 정치적 권력마저 얻으려는 시도와 종교적 권력으로 정치적 권력마저 얻으려는 전제적 지배에 맞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족과 국가에서 아버지와 군주의 지배와 권력을 동일시하는 로버트 필머의 저서 '가부장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게 '통치론'의 제1론이다. 로크는 가족, 국가, 종교를 분리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 비유됐다. 학생이 성인이 되면 교사와 동등한 존재가 된다. 다만 자연법에 의해 자율적으로 복종할 줄 아는 성인이 되기까지 미성년자는 부모의 지배하에 놓인다.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잉글랜드인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다. 현재에도 국제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장이다.

저자는 로크의 삶과 생각,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 후에야 우리가 '통치론'으로 알고 있는 '통치론 제2론'을 소개했다.

로크의 '자유'는 권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아니라 권력 관계들안에서의 자유다.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침범받지 않을 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상이한 복종의 영역들의 비지배적 공존을 가능케 하는 것"을 '관용'이라고 본 것도 같은 의미다.

로크의 계약이론은 통치의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시민들이 동의한 범위를 넘어 행동할 수 없게 만든다. 위임한 권력이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지 않았을 때 언제든지 회수될 수 있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신뢰다. 로크는 신뢰를 기반에 두고 인민이 원초적 계약을 통해 정치사회를 형성하고 자신들이 가진 통치의 권한을 입법자에게 믿고 맡긴다고 봤다. 신뢰가 없으면 위임도 없고 법에 의한 통치도 없다. 로크의 정치이론을 떠받치는 핵심이 바로 '신뢰'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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