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소상히 알리라"

임 실장, 정무수석 등 사칭

청와대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사칭한 금품사기 행각 사례를 공개하고 나섰다.

'소상히 알려 유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지시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에도 불구, 유력자를 사칭한 사기가 통하고 있는 현실과 내부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등을 사칭한 6건의 사기 사례를 공개했다. 지난해 8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많게는 4억원의 금품을 뜯기는 등 거액의 피해를 입은 건도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사기 등 전과 6범인 A씨가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방의 유력자 다수에게 문 대통령의 명의로 '도와주라'는 가짜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억원을 가로챘다.

역시 사기 등 전과 6범인 B씨는 작년 12월 피해자에게 접근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모친을 사면해주는 조건으로 임종석 실장이 3000만원을 요구한다'고 속여 3000만원을 가로 챘다. 또 C씨는 지난 9∼10월께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거짓말해 대규모 투자자를 모집하고 여기에 임 실장이 뒤를 봐준다고 허위선전하다가 수사 의뢰됐다.

한병도 정무수석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D씨는 지난 2월 피해자 2명에게 '한병도 정무수석 보좌관으로 일했는데 한 수석으로부터 재향군인회 소유 800억원 상당의 리조트를 280억원에 매입할 권한을 받았다. 350억원을 대출받을 예정인 대출수수료 4억원을 주면 13억원을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5회에 걸쳐 4억원을 빼앗았다.

E씨 등 2명은 작년 5∼8월께 '싱가포르 자산가가 재단설립을 위해 6조원을 입금했는데, 자금인출 승인을 도와주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에 대한 접대비·활동비가 필요하다"고 거짓말해 피해자로부터 1억원을 가로 챘다.

사기 등 전과 7범인 F씨는 지난 2014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청와대 출입증을 위조한 다음 피해자 2명에게 청와대 공직기강실 선임행정관을 사칭해 취업알선·변호사 선임비 등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아 갔다.

문 대통령은 조 국 민정수석으로부터 이같은 사례를 보고 받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께 소상히 알리라"고 특별 지시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이런 사례에 전혀 개입된 바 없으며 만일 불법행위 가담이 조금이라도 확인되는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징계 및 수사 의뢰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의 중요직책에 있는 사람이 사기행각과 관련돼 있다면 이는 국정 수행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태"라며 "국민께서는 이런 사례를 접하는 경우 청와대 또는 검찰·경찰 등 관련 기관에 즉각 신고해달라"고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제일 이른 발생 시점이 작년 8월 정도로 그때만 해도 한두 건이었는데 누적되면서 문제 심각성을 감안해 대통령께서 특별 지시한 것"이라며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배경이나 과정을 봤을 때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서 발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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