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과장 '음해성 기사'에 억울함 호소

박찬운 교수·김종민 변호사도 적극 '옹호'

법무부 오유진 인권정책과장이 막말과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했으나, 사실은 그의 발언을 거두절미해서 진의가 왜곡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검사 출신 여성과장이 직원들과 친해지려고, 혹은 책임을 다하려는 의도로 한 농담성 발언을 누군가가 왜곡되게 언론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2일 그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함께 근무를 했던 인권전문가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인권정책과장 시절 오 과장을 사무관으로 선발했던 김종민 변호사는 공통적으로 "내가 아는 오유진 과장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라고 적극 옹호했다.

◆법무관들 평소에 '우린 국가의 노예' 농담 = 유 과장의 문제가 된 발언은 '국가의 노예들이 너무 풀어졌다. 가방끈도 짧은 것들이 공부 좀 하라' '밥 먹는데 안 웃어? 제삿상에서 밥 먹는 것 같아' '왜 먼저 점심 먹으러 나가느냐. 조심하라. 부하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국장님 식사를 모셔라' '우리 과에는 키 크고 잘생긴 법무관이 발령나지 않는다' 는 등이다.

'노예' 발언 관련해 유 과장은 "지난 10월 20일 토요일 서울대에서 사회권규약 국내이행과 관련한 심포지엄이 있었다. 우리 과 소관이어서 법무관(공익근무)과 사무관에게 참석할 수 있냐고 물었다. 마침 서울대 근처에 사는 직원도 있고 해서. 근데 다들 일이 있다며 아무도 갈 사람이 없었다. 평소 법무관들이 자신들을 '국가의 노예'라며 비하하는 농담을 한 것에 빗대서 '너네는 국가의 노예들이 너무 풀어진 것 아니야. 노예라면 가야지. 가방끈도 짧은 데 공부 좀 하지'라며 농담 삼아 한 발언이다"라고 해명했다.

'제삿상' 발언은 "기억이 나지 않아 직원들에 물어보니, 얼마전 신입직원 환영 식사자리에서 너무 말도 안하고 먹기만 해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어서 '좀 웃어라'하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 말이지 누구를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점심' 발언도 유 과장은 "얼마전에 회의갔다가 11시 40분쯤 돌아오니 아무도 없고 다 밥 먹으러 갔다. 공무원 점심시간은 12시 부터이고, 국장님도 안갔는데.. 그래서 앞으로는 11시 45분 이전에 너무 빨리 가지 말라고 했고, 빈번하게 사라지는 직원에게는 주의를 주었다. 또 국장님은 순서대로 모시자고 한 것이지 직원순번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잘생긴 법무관' 관련 발언은 "과장 초창기에 '우리 과에 키 크고 잘생긴 직원은 안오나'라고 농담처럼 말하니까 옆에서 '그건 성희롱입니다'라고 해서, 이걸 불쾌하게 느낄 수 있겠다 싶어서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넘어갔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차별금지법 반대단체 조직적 공세 = 유 과장은 법무부 인권정책과장으로서 차별금지법과 국가인권계획 수립 담당자다. 이 때문에 '동성애 반대'와 '난민반대' 등을 주장하는 일부 보수단체들은 그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해왔다.

지난 8월 법무부가 제3차 국가인권기본계획을 공개하며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제 정비'를 추진과제로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직접 언급이 빠진 점을 문제라고 비판했지만, 일부 보수단체들은 '아이들에게 동성애하라·낙태하라고 가르치는 것이고, 난민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대우를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들은 유 과장의 실명을 적어 비난하는 피케팅을 하거나 심지어 징계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번에 성명을 낸 난민반대 단체는 이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조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차별금지법의 원흉 가짜인권과장 오유진을 대검에 고발하고 파면을 외칩시다'라며 법무부 항의 전화, 검찰청앞 시위, 검찰고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감찰은 아니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사실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과장은 "공직자로서 조사를 받고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찬운 교수는 1일 "차별금지법을 극렬 반대하는 단체가 나타나 오 과장의 발언을 기정사실화한 다음 파면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건에 무슨 저의가 있지 않은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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