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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잇단 내신 비리, 공교육 불신 확산

숙명여고 교사 구속, 고교 감사결과 공개 결정 … 학교 교육시스템 뿌리채 흔들

등록 : 2018-11-08 10:47:47

대입 수시모집의 당락을 좌우하는 내신 성적에 대한 학생, 학부모 불신이 공교육 불신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자녀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이 구속된 데다 시도교육청들이 학교생활기록부, 시험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이 포함된 초·중·고 감사결과를 실명공개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4년제 대학은 신입생 77.3%를 내신 영향력이 절대적인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구속이 결정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내신 성적뿐 아니라 대입제도 전반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학생, 학부모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한 누리꾼(seon****)은 "구속되지 않았으면 아마 학부모들 분노해서 횃불 들었을 것이다. 올바른 판결과 엄벌이 행해질 것으로 믿고 지켜보고 있다.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으로 모든 고등학교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mydm****)은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일개 사학재단 비리로 치부해 버리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지마라 내신비리는 이제 일상이다. 상 몰아주기, 기준 없는 수행평가 등이 만연해 이것이 비리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이다"라고 주장했다.

대입에서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도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아 선발 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험지나 답안지 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손을 댔다 문제가 된 사례는 꾸준히 드러났다.

광주 한 고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은 학부모가 학교 행정실장을 통해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전북의 한 여고에서는 수학 교사가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시험문제 일부를 특정 반에만 알려 준 사실이 드러나 재시험이 치러졌다. 최근 C고교에서는 기간제 교사가 1학년 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성적을 조작해 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도교육청 감사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되면 내신과 수시모집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신이 공교육 전반에 대한 분노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교육계 분석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감사관들은 최근 감사협의회를 열고 15일까지 각 교육청 홈페이지에 초·중·고교와 산하기관들의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감사협의회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감사 결과 지적 사항과 처분 내용 등 전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감사결과가 회계뿐만 아니라 시험문제 재출제, 서술형 평가 부적정, 출제 오류, 학생부 자율·동아리·진로활동 특기사항 동일 기재, 학생부 기재 실수 등 민감한 부분이 대거 포함된 '판도라 상자'로 보고 있다. 문제가 많은 학교에 대한 학생·학부들의 '입학거부'까지 우려된다. 자칫 공교육 시스템이 뿌리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부 공개된 내용을 보면 전남의 한 학교는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과학 시험 31문제 중 10문제를 2016년 1학기 기말고사와 동일하게 출제했다. 경기도 한 고교는 2015년~2017년 내신시험에서 39차례나 정답을 정정하거나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서울의 한 고교는 무단으로 결석한 학생의 출석을 인정하는 등 학교생활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 적발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일부에서는 시험출제·관리절차 등 학업성적관리지침 강화, 시험지 인쇄·보관 장소 CCTV 설치,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 도입 등의 교육부 대책들로는 추락한 학교의 신뢰를 회복하기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신 관리가 엄격한 숙명여고에서도 비리가 발생했다"며 "관리가 허술한 학교에서는 내신 비리가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어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 이상 내신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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