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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한계효용 체감없는 데이터 경제

등록 : 2018-11-08 08:41:16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경제학 이론 중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소비자가 재화나 서비스를 1단위 더 소비할 때 느끼는 만족감인 한계효용은 소비량이 늘수록 작아진다는 것이다. 배가 고픈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처음에는 배가 불러 만족감을 느끼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만족감이 점차 줄어드는 경우이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TMI도 같은 맥락이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의 약어로 너무 과한 정보라는 의미다. 자신이 전혀 관심없는 내용이거나, 달갑지 않은 정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 사용한다. 너무 과한 정보는 한계효용을 넘어서서 불필요하거나 귀찮아진다는 것이다.

데이터 경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가 매우 중요

그런데, 디지털 시대에 최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도 예외가 생겼다. 바로 데이터 경제다. 여기서 데이터 경제란 데이터 활용이 다른 산업 발전의 촉매역할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의 경제를 의미한다. 데이터는 원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한 무한한 자원이다. 석탄, 석유와 같은 자연자원처럼 21세기의 원유로 불리고 있지만, 석탄이나 석유와 달리 아무리 여러 곳에서 사용해도 줄어들거나 훼손되지 않고 오히려 쓰면 쓸수록 더 가치가 커진다.

데이터 경제는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한 글로벌 ICT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0대 기업 중 7대 기업이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ICT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불과 10여년 사이에 GE, 엑슨, 시티그룹 등 전통적인 기업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경제 강자로 부상했다. 모두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적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하는 기업들이다.

데이터 경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점(qwerty) 효과가 매우 중요하다. 시장지배력을 확보하여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면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로 더 우수한 알고리즘과 서비스를 만든다. 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니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선순환 구조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디지털 경제에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 정부도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발표했다. 데이터 경제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전문인력 5만명, 데이터 강소기업 100개를 육성할 것이며 이를 위해 내년 데이터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특히, 그동안 데이터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었던 개인정보보호나 클라우드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공공 데이터도 전면 개방키로 했다. 개방하는 데이터의 품질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데이터 표준 개발 및 품질 관리에도 정부의 투자가 이루어진다.

또한, 개방된 데이터의 유통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데이터 거래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빅데이터 기반의 선도사업 등도 진행한다. 산업화를 위한 경부고속도로, 정보화를 위한 정보고속도로처럼 데이터 사회를 위한 데이터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데이터 경제는 Too much Data가 필요하다. 너무 많다고 불필요하거나 귀찮아지는 것이 아니라 쓰면 쓸수록 효용이 커진다. 축적된 데이터는 다시 새로운 데이터와 결합하여 또 다른 효용과 가치를 발한다. 데이터와 데이터가 결합하면 새로운 기업과 서비스가 탄생하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국민 편익은 늘어난다.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가치가 커져

또한, 디지털 경제가 발전해 데이터가 제조업과 결합하면 스마트 팩토리가 되는 것이고, 모빌리티(Mobility)와 결합하면 자율 주행차가 만들어진다. 도시와 결합하면 스마트 시티가 건설되고, 농업과 결합하면 스마트 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가치가 커지지만 데이터 자원은 줄거나 훼손되지 않는다. 마르지 않는 샘,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인 예수처럼 한계효용 체감법칙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데이터 경제 시대에 우리가 앞서가야 한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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