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문학관 부지로 최종 낙점 … 북한산자락에 천년고찰·한옥마을·박물관·미술관 조화

1960년대 정부가 무주택 기자들을 위해 조성한 언론이 보금자리가 대한민국 대표 문학관이자 통일시대 문학 진흥 핵심거점으로 탈바꿈한다. 근대 한국문학 요람으로 꼽히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 옛 기자촌에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서기로 최종 낙점됐다. 북한산자락 천년고찰과 한옥마을은 물론 다수의 박물관 미술관이 어우러진 또하나의 명소가 탄생하게 된다.

8일 은평구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공모사업에 옛 기자촌이 선정됐다. 기자촌과 함께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와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문화예술인마을이 겨뤘는데 지난달 말 최종 현장방문 이후 기자촌으로 전격 결정됐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국립한국문학관 부지로 낙점된 옛 기자촌에서 평화통일시대 문화부흥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은평구 제공


기자촌은 후보지 가운데 부지와 건축 규모 확장성을 비롯해 지리적 접근성까지 여러 조건을 두루 충족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당선 기자촌역이 준공되면 강남에서 20분 이내에 왕래가 가능한데다 필요 부지 1만4000㎡에 즉시 착공이 가능할뿐더러 중장기적으로 추가 공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문학관은 우리 문학 역사를 대표하는 대표 문학관이자 문학유산과 원본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 연구·전시하고 교육기능까지 도맡는 문학진흥 핵심거점이 될 전망이다. 은평구는 '문학진흥법'이 국회를 통과, 한국문학관 건립이 예고된 때부터 기자촌을 후보지로 내세우며 공을 들여왔다. 기자촌을 비롯한 지역 곳곳에 산재된 문학의 발자취가 가장 큰 무기였다.

진관외동 175번지 일대에 있던 기자촌은 1960년대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기자들 거주지 조성을 위해 한국기자협회에서 국유지를 매입해 택지를 조성한 곳. 1974년까지 420여 가구가 이주, 집단촌을 이루었고 언론인은 물론 언론인 출신 문학인 배출로 이어졌다.

진관동을 비롯해 은평구 곳곳에는 분단 전후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 발자취가 남아있다. 정지용 시인이 납북되기 직전까지 거주했던 녹번동 초당과 윤동주 시인 모교인 신사동 숭실중·고교(숭실학교 후신)이 그 중 하나. 대표적인 분단문학가로 꼽히는 이호철 소설가는 1960년대부터 불광동에 거주하며 집필활동을 했고 '칼의 노래' 김 훈 작가 역시 진관동과 불광동에서 20여년을 살면서 소설가이자 시인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에게 문학수업을 받았다.

언론인이 그랬듯 해방과 전쟁 전후 문인들이 은평으로 몰렸던 이유는 '가난' 때문이다. 은평구가 서울의 문인촌으로 불리게 된 계기다. 1987년 문학지에 실린 문인 주소록을 기준으로 한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에 거주한 1428명 가운데 97명이 은평에 살았다. 당시 서울 22개구 평균이 64명인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다. 구는 "기자촌과 1980년대 결성된 문인회 은평클럽은 1990년대 은평문인협의회 결성으로 이어져 한국문학의 지역적 명맥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4월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이호철 소설가를 위원장으로 문학감수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한국문학 속의 은평' 전시회를 비롯해 정지용 시인 집터 표지석 설치, 문학인 초청 토크콘서트, 기자촌 홈커밍데이 등이다.

주민들도 힘을 합쳤다. 전체 주민 49만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만명이 문학관을 은평에 유치하도록 해달라는 서명에 동참했다. 은평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본계획용역 결과가 무산되고 일부 문인들이 용산국가공원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부침을 이겨낼 수 있었던 뒷심이다. 구는 "전 주민이 합심했고 김우영 전 구청장과 박주민·강병원 국회의원, 시·구의원들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문학관이 들어설 북한산자락에는 은평구가 이미 조성한 문화자산이 여럿이다. 1000년 고찰 진관사를 중심으로 한옥마을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삼각산 금암미술관, 천상병 중광 이외수 작품이 모인 셋이서문학관 일대는 북한산 한(韓)문화 체험특구로 지정돼있다. 여기에 더해 문학관 가까이 예술인마을을 조성하고 통일박물관과 이호철문학관을 더해 고전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문학·예술 중심지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의주에서 1000리, 부산에서 1000리를 뜻하는 양천리(녹번동)라는 지명처럼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5년에는 은평구가 경의선 출발지이자 서울의 관문이 된다"며 "평화통일 시대 문화부흥을 이끌어갈 중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