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재 행정안전부 정부혁신 조직실장

“역사는 권력자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백만 개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들이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왔습니다.”

열린정부파트너십(OGP) 국가지원책임관 폴 마샨이 마지막 발언을 하자 행사장 내 모든 참가자들이 일어나 열렬한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이 발언을 끝으로 ‘2018 OGP 아시아태평양 회의’는 이틀(11월 5~6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당분간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정부 투명성 높이고 부패 척결위해 설립된 다자간 협의기구

OGP(Open Government Partnership)는 국가 운영에 시민이 적극 참여해 정부 투명성을 높이고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다자간 협의기구다. 용어 그대로 설명하자면 국민을 향해 정부 문을 활짝 여는(Open) 것이 목적이다. 전세계 75개 국가가 가입돼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출범 당시 원년멤버로 가입했다.

우리나라에서 OGP 국제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년멤버로 가입해 꾸준히 회원국으로 활동해왔지만 사실 외국에서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새정부가 출범하고 국민의 참여를 전제로 한 ‘정부혁신’을 국가운영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졌다. 산자이 프라드한 OGP 사무총장은 “수없이 훌륭한 국제행사에 참여해왔지만 이번 회의가 가장 인상적인 행사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번 회의에는 전세계 41개 국가에서 600여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는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비를 들여 참석한 시민사회 관계자와 일반 국민이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들은 어렵사리 휴가를 내고 비싼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불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열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OGP 사무국에 따르면 ‘OGP아태회의’라는 단어는 1000회 넘게 해시태그 됐고, 50만명이 넘는 이들이 관련 글을 읽었다.

그러면 이들 국가와 시민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참석자들이 새정부 출범을 이끈 ‘촛불집회’를 언급했고, 3개월 동안 무려 18만건의 국민 정책 제안이 있었던 ‘광화문 1번가’를 시민참여의 롤 모델로 소개했다. 한국의 우수한 전자정부와 디지털기술이 국제사회에서 열린 정부를 구현하고 확산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관심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우리 정부는 출범 때부터 ‘정부혁신’을 국가운영의 기본 동력으로 삼고 온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혁신은 국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열린정부와 일치한다.

우리정부는 지난 7월 출범한 열린소통포럼을 통해 지금껏 16개 부처 72개 정책에 대한 국민 제안을 받아 정책 개선을 진행하는 등 각 영역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부가 보유한 공공데이터 2만 5000여개가 공개돼 국민 삶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도입된 국민참여예산제와 국민참여법령심사제는 참여 영역을 국가예산과 법령으로까지 넓혔다. 이외에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이 ‘국민이 중심이 된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영국의 월드와이드웹(www) 재단은 지난 9월 세계 각국의 공공데이터 정책을 평가하며 우리나라를 “최근 5년간 공공데이터 부문에서 가장 발전한 국가”로 언급했다. OECD가 주관한 국가신뢰도 평가에서는 우리나라가 전년 대비 7위 상승한 25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국제사회에서 ‘참여’와 ‘혁신’의 표본으로서의 입지를 꾸준하게 다져가고 있다.

국민의 ‘참여’와 ‘영역’을 쉼 없이 넓혀가는 것 중요

OGP 아태지역회의를 마친 6일 저녁, 폐회식을 마치고 텅 빈 회의장을 바라봤다.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안도 감정이 앞섰지만 이내 마음 한편이 무거워 졌다. 우리 발전을 표본으로 삼아 변화를 열망하는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프라드한 사무총장이 “한국이 의장국에 출마해 달라”고 권유할 만큼 이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 리더로서 책임감을 갖고 ‘더 나은 국가’를 만들어야한다.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국민의 ‘참여’와 ‘영역’을 쉼 없이 넓혀가는 것이다.

김일재 행정안전부 정부혁신 조직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