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는 기능적 분할에선 잉태되지 않는다. 융합적 통합에서 솟는다. 기능으로 효율을 기할 순 있어도 창조는 해내지 못한다. 청와대가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있으면 각 부처 일과 중첩되어 생각, 시간, 예산의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 새 정부는 청와대부터 창조적으로 재편해 정부를 새롭게 운영하는 것이 새 시대의 흐름에 맞다.

청와대 조직을 융합의 차원에서 추스르는 일이 재편의 지름길이다. 그림에서처럼 대통령을 중심으로 1차원 안에는 국정기획실, 비서실, 경호실이 자리잡는다. 3개 실 중 국정기획실은 국정운영의 방향을 가름하는 열쇠 격의 중추 부서다.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부처 기능을 부분적으로 융합할 필요에서 오각형(pentagon) 조직을 구상해 본다. 오각형 청와대 조직의 중심에는 제 1처 정무홍보협력거버넌스, 제 2처 외교통일국방안보, 제 3처 경제산업자원고용복지, 제 4처 미래과학기술교육문화, 제5처 총무인사민정감찰 등 5 개 처가 자리잡는다.


이는 기능적 분할로는 생각할 수 없고 섞일 수 없을 듯 보이지만 이 정도만이라도 융합을 하는 것이 시대의 추세를 거역하지 않는다.

융합의 차원에서 이런 배열로 해당 부처들과 함께 국정방향과 과정을 조율해 대통령을 창조적으로 보좌해야 한다. 각 처에는 분야별로 비서관이 있으면 된다. 경호실의 하부 조직은 크게 변할 이유가 없어 여기서 논외로 한다.

뇌 과학과 신경행정학으로

이런 개편의 이론적 근거는 뇌 과학과 신경행정학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뇌의 어떤 영역이 눈, 코, 귀, 입, 손 등 각각의 감각기관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통합한다고 믿었다.

이를테면 한 영역이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성감각(somatosensory perception) 등을 함께 짜맞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Scientific America는 뇌 구조로 보아 뇌의 다감각 변모(multisensory makeover)가 온갖 정보를 뒤섞어 요리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 보좌 기능을 하는 청와대 비서진이 뇌 같은 중추신경조직으로 변모하고 기능해 창조를 지향하는 대통령의 융합적 사고를 뒷받침해야 한다.

학문도 12, 13세기 이후 기억의 축, 이성의 축, 그리고 상상의 축을 중심으로 기능적으로 분류되기 시작해 오랜 세월 동안 분화해 오다가, 지난 세기에 인지과학의 발달로 제 2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 지금은 신경법학, 신경정치학, 신경경제학, 신경윤리학 등으로 재편되고 있다.

신경정치학의 예로는 미국 대선에서도 후보자의 연설을 듣는 지지자들의 뇌를 찍어 반응을 관찰하면서 투표는 이슈, 인물, 정당 등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감성적으로 내린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신경법학에서도 재판정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원고 피고 등의 뇌의 감각을 살펴야 시비를 정확하게 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바르려면 학문의 변화 흐름의 끝 자락에라도 매달려야 한다. 새 누리 한국의 새로운 탄생을 해 새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 때 청와대 조직을 그림같이 바꾸고 새 시대 새 패러다임에 맞게 출범했어야 했다. 당시 행정학자를 비롯해 정부 조직을 가위질 한 인재들이 왜 이런 생각을 갖지 않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정부 출범 때 청와대 조직 바꾸었어야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미래창조과학부 일개 부처에 매달려 창조를 창도하지 말고, 또 공직도덕성을 위한 매뉴얼이나 만들 생각하지 말고 정부의 몸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뇌 구조부터 바꾸기를 권한다. 창조로 거저 문명국이 되진 않지만 문명국으로 가는 길을 넓힐 수는 있다.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