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휴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우리나라는 1차산업혁명의 기계화, 2차산업혁명의 대량생산, 3차산업혁명의 정보화를 50여년이라는 단기간에 이루고 그 속에서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글로벌 로봇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로봇 핵심기술의 선점이다. 세계 역사를 보면, 기술 하나로 나라의 부강은 물론 더 나아가 세계의 지배까지 가능했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본이 아닌 기술임을 먼저 깨달았고 이를 토대로 현재 세계의 흐름을 지배하게 되었다.

로봇 핵심기술개발에 역량 집중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다. 로봇 산업은 시장 형성 초기 단계로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4차산업혁명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특히, 한국은 로봇 시장 확산에 가장 중요한 고급 인공 지능 구현과 빠른 반응 속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통신기술기반이 잘 갖춰져 있고, 지난 7월에는 세계 최초로 초연결, 초고속, 초저지연으로 대표되는 5세대 통신망 5G의 상용화를 이뤄냈다.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5G기술 기반의 로봇의 고급지능 구현과 고감도 소형센서를 활용한 빠른 반응과 조작 등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로봇 핵심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술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한국 기업은 지난 30여년 간 성장을 위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펼쳤다. 지금까지는 제품이 출시되고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보고 빠르게 따라가며 발전해왔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먼저 선두로 나아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성장이 필요하다. 중국의 드론 회사 DJI는 일찍이 시장의 잠재성을 보고 선제적 투자를 했고 드론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지금 전체 드론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드론시장에 진출하였으나 DJI와의 격차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다양한 로봇 기술을 접하고 제품화하며, 새로운 제품에 대해 받아들이는 정책 등 기업, 정부, 시민 모두가 열린 마인드로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개척하는 선제적 투자가 활발해지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이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4차산업혁명 시대 선진국 반열에 오를 단 하나의 나라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 중심의 로봇, 모두를 위한 로봇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 초래될 우리 삶의 변화가 핑크빛 미래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존재하듯 4차산업혁명이 가져오는 풍요로운 삶의 뒤에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불평등과 로봇 윤리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로봇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여 일자리가 감소하고, 로봇의 지배를 당한다는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이 로봇이 인간의 지능을 넘을 시기라고 말하는 2040년이 아직 요원해 보이지만 지금부터 인간 중심의 로봇 시대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미래의 나를 대체할 로봇, 로봇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다. 우리 스스로가 인간 중심의 로봇, 모두를 위한 로봇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인류에 '대항'하는 것이 아닌 인류를 '위한' 기술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와 기업의 마인드 전환 시급

혁신이라는 말은 모든 관습, 제도, 규정을 새롭게 고치며 발전해나간다는 뜻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열릴 로봇의 시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 구조와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동반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한국이 주도해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로봇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정책 수립, 그에 맞는 사회시스템 마련 등 인간 중심의 로봇, 모두를 위한 로봇이 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을 한다면 한국이 로봇 기술 강국으로 세계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철휴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