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팀장

유전자조작(GMO) 감자수입 논란이 뜨겁다. 식약처가 내년 2월에 GMO 감자수입을 승인할 예정으로 알려져, 우리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켜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콩 옥수수 등 매년 200만 톤 이상의 식용 GMO 농산물을 수입한다. 그러나 대부분 가공해 식품원료로 사용한다. GMO 감자는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조리해 직접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 자세히 말하면 기존엔 가공해 유전자 DNA나 단백질을 제거했다면, 앞으로는 조작한 유전자 DNA나 단백질을 직접 섭취하게 된다.

GMO 감자수입은 GMO 수입에 중요한 전환점인 동시에 우리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GMO 감자 승인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심각하다.

허술한 승인 절차와 안정성이 문제

우선 허술한 승인 절차를 지적하고 싶다. 식약처는 GMO 승인요청이 오면 안전성 심사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문가로 구성된 “유전자변형식품등 안전성평가자료심사위원회”가 안정성을 심사하고, 안정성에 이상이 없으면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 수렴 후 최종 승인을 한다.

심사위원회 구성과 심사과정의 공정성·투명성은 늘 지적되어왔고, 안정성 심사 역시 업체가 제출한 서류에 의존한다. 적극적 홍보 없이 의견 수렴을 하다 보니, 단 1건의 의견도 접수되지 않았다. GMO 감자도 승인요청 후 2년이 훨씬 지나서 세상에 알려질 정도였다. 설령 의견을 제시해도 과학적 근거와 논리가 없으면 무시된다. 결국, 과학자가 서류로 안정성을 평가하고, 과학자가 아니면 의견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는 GMO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다음은 안정성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GMO 감자는 심사위원회의 안정성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GMO 감자 개발자 카이어스 로멘스 박사가 양심고백을 하면서 안정성 심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개발자는 자신의 저서 ‘판도라의 감자 : 최악의 GMO’를 통해 “GMO 감자 개발을 후회한다”라며 해당 감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감자 운반과 가공과정에서 폐기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감자를 검게 만드는 유전자를 조작해 색이 변하지 않게 했는데, 세포 손상이나 병균 감염 등 독성물질이 축적되어도 눈에 보이지 않아 해로울 수 있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썩어서 독성이 들어있는 감자튀김을 우리 아이들이 먹는다고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마지막으로 GMO 표시 문제다. 현행 GMO 표시제도는 조작한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는 경우 GMO 표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표시의무자 범위에 ‘식품접객업소’가 빠져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GMO 감자로 만든 감자튀김을 팔아도 소비자에게 GMO란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다. 식약처는 식품접객업소의 표시의무 예외 이유로 ‘GMO로 수입된 농산물은 소비자 판매용으로 유통되지 않아서’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의 GMO 제도는 소비자가 유전자 DNA나 단백질을 직접 섭취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GMO 감자는 기준은 흔드는 중요한 사건이다. GMO 감자 승인과 관련되어 식약처가 보여준 모습은 전형적인 탁상행정 결과다. 사안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고려치 않고, 형식적인 절차만 지키려 했다.

우리 사회에서 GMO와 관련된 논란은 지난 30년간 이어졌다. 그때마다 식약처는 근본적 고민이나 해결 의지 없어 땜질식 처방만 이어갔다. 늦으며 늦을수록 문제를 풀기 어려워지고, 사회적 논란으로 인한 비용만 커진다. GMO 감자 논란을 계기도 GMO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GMO를 계속 수입해야 하는지, 지금의 안전성 심사 절차가 최선인지, 현재 GMO 표시제도가 적정한지 고민해야 한다. 그 시작은 GMO 감자 승인철회와 GMO 완전표시제다.

GMO 제도개선 계기로 삼자

GMO는 특정 나라, 특정 기업의 소유물이다. 우리의 먹거리와 생명을 특정 나라와 특정 기업에 의존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수 있다. GMO는 식량의 다양성, 생명의 다양성, 농업의 다양성, 먹거리의 다양성을 파괴한다.

'GMO 표시제도 강화와 학교급식 GMO 퇴출'은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다. 문재인정부에서 GMO 완전표시와 학교급식 GMO 퇴출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