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기한 열흘 남겨두고 자유한국당 국회 보이콧

내달 2일이 법정처리시한

휴일감안, 30일 처리 합의

470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의 국회심사가 또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9일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국회가 멈춰섰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관련 국정조사를 여당이 거부한 것을 문제 삼았다. 보이콧 결정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국회 일정도 줄줄이 파행됐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는 물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1소위도 무산됐다.

더구나 올해 예산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지출 확대'를 선언하면서 지난해보다 9.7%나 증액된 규모의 슈퍼예산안이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부 예산안이 제출되자 '송곳검증'을 별렀다. 하지만 정작 예산안을 송곳검증해야 할 시기가 오니, 심사를 거부한 셈이 됐다. '국회의 직무유기'를 지적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18년간 법정시한 딱 2번 지켜 = 국회는 지난 18년간 단 2번만 법정시한(12월2일)을 지켰다. 매년 연말마다 벌어지는 정치공방에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는 '예산안 심사'가 제물이 된 셈이다. 국회는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2014년부터는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 발효됐다.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12월2일)까지 여야가 합의처리하지 못하면 국회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이 자동부의되도록 강제한 것이다. 올해의 경우 여야는 휴일 등을 고려해 11월3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회법 등에 따르면 정부가 확정한 예산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에 국회에 제출돼야 한다. 회계연도 개시일이 1월1일임을 감안하면 9월3일이 된다. 정부는 이달 31일 예산안을 앞당겨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다. 국회에 도착한 예산안은 먼저 해당 상임위에 배분된 뒤 국정감사 이후인 지난 1일 대통령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사가 개시했다.

◆7개 상임위는 아직 심사 중 = 현재까지 예산안 심사는 상임위별 심사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법사위 등 9개 상임위만 심사를 끝냈다. 운영위 등 7개 상임위에서는 아직 심사 중이다.

상임위별 심사가 끝나야 예산결산위원회가 종합심사를 통해 예산 삭감 및 증액, 새 항목 신설 등에 나선다. 예산안이 예결위를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결국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더라도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동안 상임위 심사-예결위 종합심사와 처리-국회 본회의 처리라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졸속처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 합의로 일정을 조율할 수는 있지만 법정시한 내 국회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 만일 여야가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는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준예산' 편성에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 헌정사에서 준예산이 편성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