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9개구에서 25개 전체 실시 합의

내년 고3부터 실시, 2021년 전학년 대상

"자치구 부담 여전, 분담율 조정 필요"

내년부터 서울시 25개 전 자치구에서 고교 무상급식이 시작된다.

서울시는 21일 시와 25개 자치구, 교육청, 시의회 합의에 따라 내년부터 서울시 전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 학교급식(무상급식)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고교 무상급식을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박원순 시장, 조희연 교육감, 신원철 서울시의회의장, 25개 자치구청장 등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 모여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박원순 시장과 25개 자치구청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등학교 친환경 학교급식 전면시행 계획'을 발표하고 기관 간 합동협약을 체결했다.

첫해는 고3부터 시작한다. 서울시 전체 320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8만4700명이 우선 혜택을 받게 된다. 2020년에는 고교 2학년, 다음해에는 1학년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지난달 29일 서울시의 무상급식 전면 확대 발표 당시만해도 참여를 희망하는 서울 자치구는 9개였다. 시의회 예산 심의 기간이 다가오면서 예산 확보가 시급해졌고 예산 부담으로 인해 단계적 실시론이 힘을 얻으면서 시범사업을 우선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9개구에서 제외된 자치구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자치구 관계자는 "주민들로부터 '같은 서울시민인데 어느 구는 받고 어느 구는 받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항의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구청장 뽑아놨더니 무상급식을 안한다'는 비난까지 나왔다"며 "자치구 입장에선 서둘러 동참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자치구들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는 민주당의 대표적 정책이다. 특히 서울에서 무상급식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무상급식은 민주당이 오세훈 시장을 밀어내고 서울시와 지방권력을 탈환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외면할 수 없는 이슈다.

정치권에서도 선별적 실시가 아닌 25개 자치구 전체가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의당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24개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라며 "재정자립도 등 어려움은 있겠지만 자치구별 차별적인 무상급식이 이뤄진다면 학부모들에게 할 말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자치구들이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무상급식 확대에 주춤했던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재원은 교육청과 시, 구가 각각 50%, 30%, 20%씩 분담한다. 20%라고 하지만 빠듯한 예산 탓에 살림이 어려운 자치구 입장에선 만만치 않는 예산이 들어간다. 더구나 자치구 재정은 대부분 인건비 등 경직성 예산, 다시 말해 고정경비다. 일례로 서울 노원구의 재량사업비(구청장 재량으로 사용 가능한 예산)는 100억원 안팎이지만 고교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할 경우 40억원이 소요된다. 가용예산의 거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무상급식 한 분야에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자치구에 지워진 20% 분담율을 획일적으로 적용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별 학생 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자치구 관계자에 따르면 성동구는 고교 무상급식 전면 확대 시 약 10억원이 들지만 학생 수가 많은 노원구는 40억원이 필요하다.

열악한 자치구 재정 상황을 감안해 서울시와 교육청이 분담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고교무상급식 확대에 목소리를 높여온 서울시교육청의 분담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시와 자치구 간 분담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자치구 한 관계자는 "지방분권과 보편적 복지를 가장 앞서 외친 사람이 바로 박 시장"이라며 "그동안 자치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알지만 무상급식만큼은 시가 좀 더 짐을 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상급식은 지방정부에만 떠맡길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치구 한 관계자는 "고교 무상급식은 지자체가 맡고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등 무상급식비는 국가가 부담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급식도 교육의 일환"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갈등처럼 아이들 밥값을 두고 싸우는 장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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