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주민동의가 관건"

서울 성북구가 인촌 김성수의 호를 딴 이름으로 논란이 된 도로명 '인촌로'를 '고려대로'로 바꾸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성북구는 최근 도로명주소위원회에서 새 이름으로 고려대로를 택했고 다음달 14일까지 주민 동의절차를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인촌로는 지하철 6호선 보문역을 비롯해 고대병원~안암역~고대앞사거리를 잇는 폭 25m 길이 약 1.2㎞ 구간이다. 27개 종속도로도 인촌로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친일반민족행위와 관련이 있는 이름을 도로명에 사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변경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지난 2월 인촌의 건국훈장을 박탈하고 생가와 동상 등 5곳을 현충시설에서 해제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김성수가 중일전쟁 이후 일제의 징병·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등 친일행위에 대해 확정판결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성북구도 정부 움직임에 발맞추고 시민사회 요구를 적극 수용, 고려대 인근 '인촌로' 이름을 직권으로 바꾸기로 했다.

성북구는 지난 8월 도로명 직권변경 추진계획을 세우고 9월부터 인촌로 도로명 변경과 함께 안감내로와 고려대로 2개 예비도로명을 제시하고 주민들 의견을 들었다. 구 도로명주소위원회는 2개 이름 가운데 주민들이 선호한 고려대로를 새 도로명으로 의결했다.

남은 절차는 다음달 14일까지 진행되는 주민동의 절차. 현재 인촌로를 사용하는 9118명 가운데 과반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구는 도로명 변경 동의서 양식과 외신용 봉투를 보내 서면동의서를 확보할 방침이다. 지적과장을 반장으로 하는 도로명 변경 추진반이 통장들 협조를 받아 평일 낮·밤시간대는 물론 주말에도 각 세대를 방문해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단순한 도로명 변경을 넘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일제강점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독립운동을 기리기 위한 조치"라며 "주민과 사업자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조사요원이 방문할 때 적극 협조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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