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난 8일 발생한 초대형 화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일 현재 79명이 사망했고 실종자는 100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1만1713개 가옥 등 1만5573개 건물구조물이 소실되는 등 미국에서 100년 이래 발생한 화재 중 최대 규모 피해를 주고 있다.

수만명의 생활공간이 사라진 후 피난처 보호소에서 텐트생활을 하거나 인근 치코카운티, 쎄크라멘토카운티에서 빈방을 찾아 헤매고 있다. 길거리에는 노숙인들처럼 생활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메스꺼운 냄새가 바람을 타고 인근 카운티를 덮쳐 학교는 문을 닫았고, 외출도 막고 있다. 마스크는 이미 동이 났다.

화마, 차량과 사람 집어 삼켜

파라다이스가 폐허로 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를 찾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름다운 파라다이스를 다시 복원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파라다이스에서 지난 8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확산되고 있는 장면. 사진 최아숙 화가 제공


화마는 수많은 사람들 터전을 빼앗고 집 없는 고통과 괴로움뿐만 아니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나는 이번 화재발생지인 파라다이스 마을에서 딸을 데리고 빠져 나와 자동차로 24시간 동안 정신없이 달렸다.

불길과 검은 연기 속에서 수많은 차량들이 탈출하지 못하는 것을 목격했고 사망자들이 늘어날 때마다 마주쳤던 얼굴들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화마로 고통을 받고 있는 30여명의 한인들이 SNS로 소식을 전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20일 미국정부의 재난지원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기 위해 치코카운티에 설치된 FEMA(미연방 재난지원센터)를 찾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지원요청을 하고 있었다. 순간 가슴 속에 답답함과 부러움이 밀려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중국과 멕시코 등 몇몇 나라에서는 자국 동포를 돕기 위해 캠프를 별도로 차려 통역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국격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되새겨 보았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10번째로 '해외 체류 국민 보호 강화 및 재외동포 지원 확대'를 내세웠다. 이후 재외동포영사실도 생겼다.

중국 멕시코 현장에서 자국민 지원

1년 동안 해외로 나가는 국민이 2600만명에 이르는 만큼 테러나 도난, 자연재해 등에 의한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해외안전지킴센터가 재외국민 보호 컨트롤타워로 24시간 365일 상시 운영되며 초동 단계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 그런가? 캘리포니아 화재 현장에서 한국 교포와 동포 몇 명이 사고를 당했는지, 무사한지 한국 외교부는 언제 얼마나 파악하고 있었을까? 제때 파악되지 않았으니 그들에게 지원할 방법도 없었을 것이다.

글로벌시대 해외 교민과 동포들 생존과 생활을 보호하는 지원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국 국회와 정부도 외교부가 온전히 활동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고 예산지원을 강화하기 바란다. 생명을 존중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길 해외동포로서 간곡히 요청 드린다.

최아숙(재미동포,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