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박람회, 사채 빌려쓴 서민에 대출상담 전전긍긍 … 비제도권 금융이 희망 손길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안되는데 불법사금융에서 돈을 빌려주니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이 은행·서민금융 유관기관 등과 공동으로 개최한 '2018년 서민금융박람회'에 참석했던 한 자영업자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달 8일 서울 당산동에서 열린 서민금융박람회에 비제도권의 무이자 대출기관인 '더불어 사는 사람들' 이 처음으로 참여해 대출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서민금융연구원 제공


21일 박람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경남 창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여·51)는 8일 새벽에 집을 나서 서울 당산동에서 열린 서민금융박람회에 왔다. 식당 운영에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해 2000만원의 사채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박람회장을 찾았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등 4명이 일일상담사로 나섰지만 김씨의 사연을 듣고 쩔쩔맸다. '제도권 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불법사금융에서라도 대출을 해주니 얼마나 고맙냐'며 울먹이는 김씨에 대해 달리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씨는 신용문제로 약 3개월 이후에나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로 인하되고 금융기관의 대출심사가 엄격해지면서 대부업체에서도 외면 받는 서민들에 대한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상담을 끝내고 허탈하게 돌아가는 김씨를 서민금융주치의가 붙잡았다. 서민금융주치의는 과도한 빚에 내몰린 한계채무자의 상담과 해결방안 제시를 목적으로 서민금융연구원에서 교육과 시험을 거쳐 임명된 금융전문가를 말한다.

서민금융주치의는 김씨를 '더불어 사는 사람들' 부스로 안내하고 상담을 권유했다. '더불어사는 사람들'은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로 서민들에게 최고 100만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곳이다. 담보와 보증이 없어도 되고 대출기간은 1년이지만 1년을 넘어도 연체이자 등이 없다.

김씨는 300만원이 필요하다며 자리를 떴지만 다음날 100만원을 꼭 대출해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13일 100만원을 대출해주면서 '가계부'도 보냈다.

이창호 '더불어 사는 사람들' 대표는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소액대출이지만 이분들에게는 큰 금액이 될 수 있다. 정부가 1조원의 기금을 마련해서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서민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201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1908건을 대출해줬다. 누적대출금액은 6억4700만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상환율은 86%에 이른다. 이 대표는 "기초수급대상자 가족이 10만원씩 한달에 2~3번 빌리고 지급일에 갚기를 반복한다"며 "잠깐이라도 부족한 자금을 연결해주는 것이고 여러 번 거래로 신뢰가 쌓이면 대출도 간편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돈을 빌려간 서민들의 사연을 듣고 치과치료나 MRI, 가발·생필품·가전제품 지원 등도 하고 있으며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법률상담을 받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서민금융연구원의 서민금융주치의와 협력해 어려운 서민들의 금융상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서민금융박람회에서 만난 김씨에 대해서도 조만간 서민금융주치의가 방문해 가계 상황과 재정문제 등을 상담하기로 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올해 처음으로 서민금융박람회에 부스를 설치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대출은 홈페이지(www.mfk.or.kr)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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