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예테보리시는 1970년대 스웨덴 조선산업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1980~1990년대 들어 한국과 일본에 조선산업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45만명이 넘던 인구 가운데 2만명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과거 스웨덴 예테보리시의 고통은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전북 군산시, 경남 거제시 등 9개 지방자치단체가 고용과 산업 위기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스웨덴 예테보리시는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몰락한 조선도시에서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미래차 메카로 다시 태어났다. 감소하던 인구도 14만명이나 늘었다. 전기차 도심주행이 감전 우려가 있다는 반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율주행 쓰레기차가 쓰레기통을 비우고 소음이 없는 무인전기버스는 시립도서관 실내에 정차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몰락한 조선도시에서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미래차 메카로

이는 예테보리시가 미래차 발전을 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앞장서서 요구했고, 스웨덴 중앙정부가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했기에 가능했다. 예테보리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제혁신의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주체들과 최접점에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지방자치단체도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을 지원하기 위하여 현장에서 발로 뛰며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는 경기북부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기 위해 국방부와 14차례 협의 끝에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이끌어냈다. 대구광역시도 산업부와 협의를 통해 전기화물차를 위한 에너지소비효율 기준 개정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전기화물차 생산 기업이 대구지역에 투자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발전을 저해하거나 지역기업의 규제애로를 발굴하고 중앙부처와 협의를 이끌어내는 촉매자 역할(catalyst role)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규로 ‘찾아가는 지방규제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생업에 전념하다 보니 능동적으로 규제애로 건의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지역 현장에서 직접 청취했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총 29회 진행하였으며,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지역기업을 방문하여 규제애로를 청취한 횟수는 10월말 기준으로 850여 차례에 달한다.

지역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발굴한 규제애로는 관계부처와 수시 협업하여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올 한해 발굴한 841건 가운데 242건을 해소하였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약 3배 증가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실증단지에서는 규제 제약 없이 무인버스가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또 경남도 소재 방위산업 기업은 생산한 제품을 국가군사시설 내 시험평가 장비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 밖에도 개인이동수단(PM), 드론, 탄소, 첨단의료, 와인 산업을 지역의 새로운 혁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끊임없이 규제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규제신고센터 운영해 지역현장 규제애로 청취

헤르만헤세의 소설 ‘데미안’에는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모두가 인지하듯이 규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가치들로 얽혀 있기에, 규제혁신은 새로운 합의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매우 지난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창의적인 실험을 지원하고 누구든지 신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마련하고자 한다. 내년에도 ‘찾아가는 지방규제신고센터’를 운영하여 지역현장의 규제애로를 적극 청취하고, 규제혁신 과정에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참여를 더욱 확대하여 속도감 있게 문제해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