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 때면 바야흐로 대학입시의 계절이다. 일생일대의 시험을 치르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우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지금의 청춘들은 대학만 들어가면 인생의 꽃길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하는 세대다. 이미 자신만의 미래를 그린 이도 있을 테고, 아직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방황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농업은 이제 AI IoT 등 새 기술과 만나 첨단산업으로 거듭나

몇 차례 경제 위기를 겪으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무너졌다. 스위스 다보스 경제포럼(WEF) 조직위가 발표한 ‘직업의 미래 2018’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 전세계적으로 7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약 1억33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 한다. 이제 막 미래를 설계하거나 사회에 발을 내딛는 청춘들의 마음이 태풍 속 돛단배처럼 불안하게 요동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청춘들이 최근 도시를 벗어나 농촌에서 안정된 미래를 일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늘날 농업은 과학기술 발전과 더불어 학문 간 융복합을 통해 그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다. 넓어진 영역만큼 새로운 기술과 자원, 인력의 투입도 늘어 미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짐 로저스의 ‘10~20년 후 농민이 스포츠카 타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처럼 농업이 과거와는 달리 성장 가능성 높은 산업으로 점쳐지자 2030 청년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고된 일로 치부됐던 농업은 이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과 만나 첨단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스마트팜의 확대 보급은 첨단기술에 익숙한 청년들이 농업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와 발맞춰 농촌진흥청은 청년농업인 품목 교육을 통해 청년농업인의 역량을 키워주고, 같은 품목을 생산하는 전국의 청년농업인들이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인적 관계망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청년농업인이 농촌을 이끄는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도록 2022년까지 청년 4H 회원을 5000명까지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농산물 가공분야에서도 몇 해 사이 청년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청년들은 기발한 아이디어, 기성세대에선 보기 어려운 감성 등을 무기로 성공을 일궈내고 있다. 작두콩 커피는 연일 높은 매출을 올리며 세계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동애등에로 만든 반려동물 사료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재구매율 90%를 자랑하며, 꿀술은 주문 후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아이디어가 2030 청년들의 머릿속에서 탄생하고 있을 것이다. 제도적·기술적 뒷받침만 제대로 마련된다면 청년들은 기회를, 농업은 인재를 잡을 수 있다.

농업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농가에 맞는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스마트팜 구축가, 곤충 체험학습장을 조성하고 운영·관리하는 곤충 컨설턴트를 비롯해 농촌교육농장 플래너, 농산물유통전문가 등 이름도 생소한 직업들이 미래 유망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학생들이 농업에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농생명산업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현재 11개 농가에서 상시 운영하고 있다.

농산물유통전문가 등이 미래 유망직업으로 떠올라

요새 등장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N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한 세대) 등의 신조어 속에 힘든 청춘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해서 앞 선 세대로서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느낀다. 농업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젊은 세대의 유입이 절실하기에 앞으로 청년농업인을 위한 정책은 다양해지고 지원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많은 청춘에게 우리 농업이 따스하고 든든한 삶의 터전이 되고 그들의 미래를 빛내줄 꽃길이 되길 바라본다.

이용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