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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대학을 살리면 나라가 산다

등록 : 2018-11-28 09:39:17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정부가 2006년부터 올해까지 저출산 대책에 143조원을 투입했음에도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7명에서 2017년 1.05명으로 떨어졌다. 1971년에는 102만명이 태어났는데 2002년에 49만명, 지난 해인 2017년에는 36만명이 태어났다. 올해는 29만명이 될 것이라 한다. 온갖 대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청년 일자리가 없다. 일자리가 있어도 교육비, 집값이 부담이다. 그러니 결혼도 없고 출산도 없다. 진정 해법은 없는 것인가. 있다. 바로 대학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학에 투자하면 대학이 살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

2021년까지 10곳 폐교 가능

그런데 대학에 대한 투자를 방해하는 것이 있다. 문 닫을 대학이 속출할 것인데 구조조정이후에나 할 일이라는 것이다. 교육부도 2021학년도까지 40개 정도의 대학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문 닫을 대학은 10여개 내외에 그칠 것이다. 대학은 경쟁력이 없는 학과를 폐과하고 소규모대학으로서 생존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모집정원 100명 정도의 소규모특성화 대학들은 충원율 100%와 높은 취업률을 자랑한다. 준칙주의로 대학 44개, 전문대 13개 등 57개교가 생겨났지만(이중 대학 6개교, 전문대 1개교 등 7개교가 문을 닫았다), 준칙주의는 모집정원 40명의 소규모학교 설립을 가능하게 한 것이어서 각종학교나 미인가 신학교 등이 정규대학으로 전환한 경우가 많고 입학정원 비중도 10%가 되지 않는다.

이제 대학의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맡기고 정부는 대학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저출산의 근원적 원인을 해소하고 국가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오늘날의 글로벌 지식경제를 이끌게 된 원천은 대학에 대한 투자였다. 미국은 국가가 분열의 위기에 처한 남북전쟁 중에도 각 주정부에 3만 에이커(서울 면적의 5분의 1)의 연방 토지를 주고 그 매각자금 등으로 누구에게나 열린 농업 및 공과대학을 설립하도록 하는 법(Morrill Act of 1862)을 제정하였다. 모릴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링컨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발효되었는데, 이는 개척이주민 토지취득법(Homestead Act), 대륙 횡단철도 건설 착수와 함께 중서부지역 개척을 위한 링컨 대통령의 3대 업적으로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이 지원을 받은 대학들을 토지기부대학(Land-grant colleges)이라 하는데 대부분의 명문주립대학들이 이에 속한다. 사립인 MIT와 코넬대도 이 법에 의한 지원을 받았다.

또한 1944년 제대 군인 원호법(GI Bill)을 제정하여 780만명의 제대 군인들이 학비 걱정하지 않고 대학에서 로스쿨까지 다닐 수 있게 하였다. 피터 드러커가 미국이 지식 사회로 전환할 수 있었던 기반이 바로 이 법에 있었다고 할 정도로 이 법의 혜택을 받은 제대 군인들은 탄탄한 중산층으로 자리잡으며 미국의 번영과 미국 대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우리도 1950년대 미국 원조에 의한 서울대학교 육성, 전쟁 중에 7개교의 지방국립대학 설립, 1968년 서울대학교시설확충특별회계법 제정을 통한 서울대학교 종합화 10개년 계획 추진, 1973년 4년제 대학 10개교를 지정하면서 시작한 실험대학 사업 추진, 1999년부터 BK21 사업 추진 등 대학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법률로 지원을 담보하면서 지역별로 경쟁력 있는 주립대학들이 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미국과 달리 우리는 산발적이고 지엽적인 지원으로 대학 간 서열화와 서울 집중을 고착화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전쟁 중에도 대학 육성한 미국

이제 이를 해소하고, 고등교육 전체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획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대학별 특성화 영역에 대한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으로 대학의 서열화를 타파하고, 지방대학에 혁신도시 건설과 같은 특단의 지원을 통해 청년들이 지방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업 및 고령화 대책과 연계하여 성인들에게 대학 학비를 지원하여 계속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대학이 여유 건물과 토지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수익사업도 할 수 있도록 법적ㆍ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세제 특례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칭 ‘대학경쟁력 강화 지원 특별법’제정을 제안한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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