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인하대 해양과학과 초빙교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남북이 손잡고 해양수산보존수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한반도수산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오영훈 김현권 의원,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이 함께 마련한 토론회에서 동해와 서해에 해양보존수역을 설정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남북 사이의 수산협정을 체결하자는 발표를 한 후 많은 언론이 보도하면서 공감대가 확산된 것이다.

첨예한 해양경계 완충지역

왜 해양수산보존수역인가. 1994년 유엔 해양법이 발효되면서 한 중 일 삼국은 1998년을 전후로 양자간 어업협정을 체결했고, 이는 20여년이 경과하면서 안정화되고 있다. 해양영토가 서로 겹치는 첨예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어업협정이라는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남북은 2000년 이후 추진했던 정부 간 합의에 의한 수산협력도 2008년 이후 추진하지 못 했고, 수산물 반입 등 기존 합의도 2010년 5·24 행정조치로 전면 중단했다.

문제는 남북의 수산협력이 단절된 이후 나타났다. 중국이 북한 수산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1999년 이후 서해 5도 이북 북한수역과 2004년 이후 북측 동해수역에서 중국어선 조업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해 5도 주변 수역에서 중국어선 조업은 1·2차 연평해전 등 남북간 군사적인 충돌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2017년 7월 베를린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발표하고, 지난 4월에 이어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9·19 군사분야 합의로 동·서해 해상적대행위 금지구역도 선포했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려면 남북 군사분야 합의로 진행하고 있는 서해안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수역과 별도로 해양수산보존수역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서해에서 남북 군사당국이 협의하고 있는 공동어로수역은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과제인데다, 설령 합의를 해도 이를 이행하는 것은 어업인들의 동의 등 또 다른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조업하는 어업인들은 공동어로수역을 정해도 남북의 조업능력이나 방식이 달라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북 사이에 해양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1953년 이후 묵시적으로 인정해 온 동해와 서해에서의 북방한계선에 대한 양측의 생각은 크게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은 해양경계선이 아니라 양측 사이의 공간을 해양수산보존수역으로 정하고 이를 평화와 번영의 바다로 만드는 용단이 필요하다. 한 중 일 3국이 서로 첨예한 해양경계 획정을 뒤로 미루고 서로 겹치는 해양공간을 '중간수역 내지 잠정조치수역'이라는 명칭으로 인정하면서 긴장을 완화하고 상호 이해관계를 조정한 차선책과 비슷하다.

해양보존수역은 남북 어느 어선도 조업하지 않는, 육상의 비무장지대(DMZ)와 비슷한 구역을 정하는 것이다. 남북간 해양경계를 설정하기 전에 잠정적인 조치로서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는 수역을 정하자는 것이다. 해양보존수역은 남북이 합의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어민들은 북방한계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남방에 어로한계선을 정해 수십 년간 지켜오고 있어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모두의 염원 아래 이뤄질 현실

어민들은 공동어로수역보다 현재 어로수역에서 조업시간 제한없이 자유롭게 어로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공동어로수역이라는 이름으로 남북이 고기를 잡아 자원이 황폐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해양보존수역에서 자원을 관리하고 보존해 인근 바다로 자원이 넘쳐흐르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난 것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과 북미정상회담 등이 다시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굴곡은 있겠지만 남북과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가 꾸준히 지향한다면 언젠가 다가올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당국이 해양수산보존구역을 설정해 어민과 국민이 바라는 평화와 번영의 공간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박덕배 인하대 해양과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