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체율 상승

가계부채 불안 '신호탄'

고금리 이용자가 많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이용자 대부분은 2군데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들이어서 경기침체와 금리상승에 더 취약하다.

5일 금융감독원이 밝힌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1~9월 말까지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채무자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7%로 전년 말 대비 0.3%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3%, 가계신용대출은 6.5%로 각각 전년 말 대비 0.5%p 높아졌다. 다만 기업대출 연체율은 4.5%로 전년 말 대비 0.2%p 감소해 저축은행 총여신의 연체율은 4.6%로 지난해 말과 같다. 문제는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이 예전과 비교해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로 들썩이고 있어서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은 다중채무자가 많아 은행 연체율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의 여파를 취약채무자들이 먼저 겪는다는 점에서 저축은행 연체율의 상승은 가계부채 전반에 불안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국내은행의 3분기 말 현재 부실채권비율은 0.96%로 0%대에 진입했지만 은행은 역대 최대실적을 바탕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데다 저축은행과 달리 고객의 신용도가 높다.

저축은행은 5월 말 현재 중신용자(4~6등급) 비중이 67.7%, 저신용자(7등급 이하) 비중이 23.4%에 달하고 가계신용대출 잔액의 평균금리는 22.4%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높은 실적을 내도 대주주가 고배당을 통해 수익을 독식하는 경우가 있어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주주는 수익의 60%를 배당으로 가져가는 사례가 있는 반면, 저축은행의 재무상태가 악화될 때는 자금을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금감원은 잠재부실 증가에 대비해 저축은행의 '내부유보 확대' 등을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 14곳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금감원과 금리산정 체계 구축 업무협약(MOU)을 맺은 대형 저축은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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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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